• Total : 2384317
  • Today : 622
  • Yesterday : 1199


나는 숨을 쉰다

2011.11.28 21:31

물님 조회 수:4129

 

 

나는 숨을 쉰다

                             최 승호

신기해라 나는 멎지도 않고 숨을 쉰다
내가 곤히 잠잘 때에도
배를 들썩이며
숨은, 쉬지 않고 숨을 쉰다
숨구멍이 많은 잎사귀들과 늙은 지구덩어리와
움직이는 은하수의 모든 별들과 함께

숨은, 쉬지 않고 숨을 쉰다 대낮이면
황소와 태양과
날아오르는 날개들과 물방울과 장수하늘소와 함께
뭉게구름과 낮달과 함께
나는 숨을 쉰다 인간의 숨소리가
작아지는 날들 속에
자라나는 쇠의 소리
관청의 스피커 소리가 점점 커지는 날들 속에

답답해라 나는 숨을 쉰다
튼튼한 기관차도 없다 폐활량도 크지 않고
가슴을 열어
갈아 끼울 싱싱한 허파도 없다
산소를 실컷 마시지 못해
허공에서 잎이 커다랗게 벌어지는 물고기처럼
징역에 지친 늙은 죄수처럼
때때로 헐떡이고
연거푸 음침한 기침을 하면서
숨은, 쉬지 않고 숨을 쉰다

그리고 움직이는 은하수의 모든 별들과 함께
죽어서도 나는 숨을 쉴것이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83 킬리만자로의 표범 [2] 물님 2011.07.03 3971
82 음악 [1] 요새 2010.03.19 3971
81 눈 / 신경림 구인회 2012.12.24 3967
80 강 - 황인숙 물님 2012.07.12 3962
79 뉴욕에서 달아나다 물님 2012.06.04 3951
78 오규원, 「겨울숲을 바라보며」 물님 2012.01.02 3944
77 새해 첫 기적 [1] 도도 2011.01.01 3939
76 '차를 마셔요, 우리' - 이해인 물님 2011.04.21 3934
75 그대에게 /이병창 [2] 하늘 2010.09.08 3927
74 고향 -정지용 물님 2011.02.01 39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