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2351922
  • Today : 757
  • Yesterday : 1043


김세형,'등신'

2012.03.12 12:09

물님 조회 수:2586




사람의 등이 절벽일 때가 있다
그 절벽 앞에 절망하여 면벽하고 있을 때가 있다
아주 오래토록 절벽 앞에 면벽하고 있어 본 사람은 안다
그 절벽이 얼마나 눈부신 슬픔의 폭포수로 쏟아지는
짐승의 등인가를...... 그리고 마침내는 왜?
그 막막한 절벽을 사랑할 수밖에는 없는 가를......
자신에게 등을 돌리고 앉아 있는 이의 등 뒤에 앉아
오래토록 말이 없이 면벽해 본 사람은 안다
난 늘 그렇게 절벽 앞에서 묵언정진 해왔다
내게 등 돌린 사람만을 그렇게 사랑하곤 했다
난 내게 등 돌린 이의 등만을 사랑한 등신이었다
사랑에 있어서 난 신神의 경지에 오른 등신이었다

- 김세형,'등신' -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43 청산이 소리쳐 부르거든 file 구인회 2010.01.29 2559
242 설 밑 무주시장 / 이중묵 이중묵 2009.03.03 2560
241 아침에 하는 생각 물님 2009.04.10 2560
240 킬리만자로의 표범 [2] 물님 2011.07.03 2561
239 사랑 요새 2010.12.11 2562
238 물님 2012.06.14 2562
237 설정환, 「삶의 무게」  물님 2012.07.12 2564
236 어떤 타이름 하늘꽃 2008.07.01 2565
235 「짐승이 되어가는 심정」 물님 2012.08.13 2573
234 눈동자를 바라보며 물님 2009.03.25 25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