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2356362
  • Today : 433
  • Yesterday : 991


조문(弔問)

2010.12.26 07:56

물님 조회 수:3676

 

 

조문(弔問)

 

 

일몰의 때가 오면

웅포의 덕양정 정자 아래

서쪽 바다에서부터 밀려 온 역류의 물살이

소용돌이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 반역의 물살을 가슴에 담고

한겨울 밤길을 걸어가던 둑길에서

나는 내 청춘을 담금질했고

영혼의 나이테가 금 그어졌다.

그런데 오늘 찾아 온 강물은 신음소리 조차 없다.

긍정도 부정도 없이 조용히

썩어가고 있을 뿐.

이미 똥구멍이 막혀 버린 강물 속에는

하늘도 보이지 않는다.

살아있다는 것이

죽음보다 수치스러울 때도 있다는 것을

거세당한 강물이 보여 주고 있다.

인간 세상의 꼬라지를

흐르지 못하는 강물이 보여 주고 있다.

나는 오늘 금강을 조문한다.

흘러야 할 것들이 흐르지 못하는 세상을

함께 조문한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0 백수도로에서 백수가 되기로 했네 지혜 2011.10.24 2546
29 삶의 적정 온도 [2] 지혜 2011.08.29 2546
28 어린 새 [1] 지혜 2011.09.10 2544
27 보는 것과 해 보는 것 [2] 도도 2011.10.02 2541
26 지난여름 보내며 [1] Saron-Jaha 2013.09.28 2540
25 나를 건지러 갑니다(루가5,1~11) [1] 지혜 2011.08.22 2538
24 무엇이 구원인가? [1] 지혜 2011.08.16 2538
23 안시성 옹기 터에서 [2] 지혜 2011.08.27 2536
22 처서 [1] 지혜 2011.08.25 2527
21 냉혈에서 온혈로 [1] 지혜 2011.09.14 25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