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2356362
  • Today : 433
  • Yesterday : 991


내 유년의 가르침은

2011.11.23 00:07

물님 조회 수:2630

 

 

내 유년의 가르침은

                            물

                   

하와를 유혹한 뱀 때문에

인간이 에덴동산에서 추방당했다는

전도사님의 설교에 감동을 받고

우리는 형들의 뒤를 따라 나섰다.

뱀을 잡아 죽이자고

이 세상을 서럽게 만든 원수

뱀들을 잡아 죽이자고

우리는 논두렁과 야산을 찾아 헤맸다.

어느 날 전쟁 포로를 잡듯이

제법 큰 뱀 한 마리를 잡아

전신주 옆에 매달아 화형식을 거행했다.

아담은 하와에게

하와는 뱀에게

그러나 말 못하는 뱀은 그 누구에게도

책임을 전가하지 못했다.

불길 속에서 뱀은 무어라고 항변하며

죽어 갔을까.

뱀마저도 연민의 눈으로 바라보라는

가르침은 어디로 간 것일까.

원망과 탓의 비빔밥을 먹어대며 살아가는

인간 세상에서

뱀을 향한 돌팔매질부터 배운

어린 날의 예배당

내 유년의 가르침은 그래서 슬프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20 가을 [1] 마음 2013.09.11 2769
119 맴맴 지혜 2011.10.22 2768
118 그 사이에 [1] 지혜 2011.08.04 2765
117 [1] 지혜 2013.10.01 2764
116 공부 잘 한 날 [1] 지혜 2011.08.06 2762
115 그림자 없는 길 [1] 지혜 2013.03.27 2761
114 가을비 [1] 지혜 2012.10.19 2753
113 수레 지혜 2012.08.23 2752
112 오에 겐자부로, 「탱크로의 머리 폭탄」 중에서 물님 2012.08.16 2752
111 [2] 물님 2011.07.24 27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