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2380965
  • Today : 634
  • Yesterday : 1222


세상의 등뼈

2011.06.13 23:40

물님 조회 수:4307

 

 

세상의 등뼈

                       정끝별

누군가는 내게 품을 대주고
누군가는 내게 돈을 대주고
누군가는 내게 입술을 대주고
누군가는 내게 어깨를 대주고

대준다는 것, 그것은
무작정 내 전부를 들이밀며
무주공산 떨고 있는 너의 가지 끝을 어루만져
더 높은 곳으로 너를 올려준다는 것
혈혈단신 땅에 묻힌 너의 뿌리 끝을 일깨우며
배를 대고 내려 앉아 너를 기다려준다는 것

논에 물을 대주듯
상처에 눈물을 대주듯
끝 모를 바닥에 밑을 대주듯
한 생을 뿌리고 거두어
벌린 입에
거룩한 밥이 되어준다는 것, 그것은
사랑한다는 말 대신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23 함성호, 「너무 아름다운 병」 물님 2011.11.22 4029
222 풀꽃 [1] 물님 2010.12.30 4018
221 폼 잡지 말고 [1] 하늘꽃 2011.06.02 4014
220 확신 [2] 이상호 2008.08.03 4012
219 까비르 "신의 음악" [1] 구인회 2012.06.26 4008
218 호수 -문병란 물님 2012.05.23 4008
217 가장 좋은 선물은 ? 물님 2010.12.23 4007
216 거울 물님 2012.07.24 4002
215 김수영, 「어느날 고궁을 나오면서」 [1] 물님 2011.10.18 4002
214 편지 [5] 하늘꽃 2008.08.13 4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