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414
아들아, 봄길은
숨 이병창
아들아, 봄길은
가만가만 걸어야 한다
사람의 발길이 가까울수록
땅바닥에 붙어 피는 민들레가
너의 발밑에서 떨고 있구나
너는 지금 맨땅 위를
걸어가고 있지 않다
네가 걷는길은
온 우주의 힘이 여린 순으로
올라오는 길
빛을기다려온
빛을 향한 순례를 떠나는
생명들의 머리 위를 지나가고 있다
아들아, 봄길은
숨을 죽이고 걸어야 한다
아무렇지도 않게 피어나는 꽃은
하나도 없다는 것을
주어진 운명을 필연으로 받아들인
봄꽃들의 아픈 미소를 읽으며
걸어야 한다
봄길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