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2337218
  • Today : 992
  • Yesterday : 1296


나는 숨을 쉰다

2011.11.28 21:31

물님 조회 수:1458

 

 

나는 숨을 쉰다

                             최 승호

신기해라 나는 멎지도 않고 숨을 쉰다
내가 곤히 잠잘 때에도
배를 들썩이며
숨은, 쉬지 않고 숨을 쉰다
숨구멍이 많은 잎사귀들과 늙은 지구덩어리와
움직이는 은하수의 모든 별들과 함께

숨은, 쉬지 않고 숨을 쉰다 대낮이면
황소와 태양과
날아오르는 날개들과 물방울과 장수하늘소와 함께
뭉게구름과 낮달과 함께
나는 숨을 쉰다 인간의 숨소리가
작아지는 날들 속에
자라나는 쇠의 소리
관청의 스피커 소리가 점점 커지는 날들 속에

답답해라 나는 숨을 쉰다
튼튼한 기관차도 없다 폐활량도 크지 않고
가슴을 열어
갈아 끼울 싱싱한 허파도 없다
산소를 실컷 마시지 못해
허공에서 잎이 커다랗게 벌어지는 물고기처럼
징역에 지친 늙은 죄수처럼
때때로 헐떡이고
연거푸 음침한 기침을 하면서
숨은, 쉬지 않고 숨을 쉰다

그리고 움직이는 은하수의 모든 별들과 함께
죽어서도 나는 숨을 쉴것이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23 인생을 말하라면 물님 2011.12.05 1448
322 바닷가에서 요새 2010.07.21 1449
321 나는 눈물을 갖기를 원합니다. [2] 요새 2010.06.19 1451
320 보리피리 [1] file 구인회 2010.01.25 1452
319 구름의 노래 [1] 요새 2010.07.28 1452
318 연애시집 - 김용택 [2] 물님 2010.10.29 1452
317 밥이 하늘입니다 물님 2010.11.29 1452
316 雨期 [1] 물님 2011.07.29 1453
315 동시 2편 물님 2012.03.02 1453
314 나는 배웠다 / 샤를르 드 푸코 [1] file 구인회 2010.07.27 14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