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2340138
  • Today : 1364
  • Yesterday : 1280


나는 숨을 쉰다

2011.11.28 21:31

물님 조회 수:1608

 

 

나는 숨을 쉰다

                             최 승호

신기해라 나는 멎지도 않고 숨을 쉰다
내가 곤히 잠잘 때에도
배를 들썩이며
숨은, 쉬지 않고 숨을 쉰다
숨구멍이 많은 잎사귀들과 늙은 지구덩어리와
움직이는 은하수의 모든 별들과 함께

숨은, 쉬지 않고 숨을 쉰다 대낮이면
황소와 태양과
날아오르는 날개들과 물방울과 장수하늘소와 함께
뭉게구름과 낮달과 함께
나는 숨을 쉰다 인간의 숨소리가
작아지는 날들 속에
자라나는 쇠의 소리
관청의 스피커 소리가 점점 커지는 날들 속에

답답해라 나는 숨을 쉰다
튼튼한 기관차도 없다 폐활량도 크지 않고
가슴을 열어
갈아 끼울 싱싱한 허파도 없다
산소를 실컷 마시지 못해
허공에서 잎이 커다랗게 벌어지는 물고기처럼
징역에 지친 늙은 죄수처럼
때때로 헐떡이고
연거푸 음침한 기침을 하면서
숨은, 쉬지 않고 숨을 쉰다

그리고 움직이는 은하수의 모든 별들과 함께
죽어서도 나는 숨을 쉴것이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23 강물이 인간에게 [3] 운영자 2008.04.27 2540
322 당신은 [5] file 하늘꽃 2008.09.18 2534
321 마음이 아름다우니 세상이 아름다워라 [2] 구인회 2013.09.18 2528
320 ㅁ, ㅂ, ㅍ [3] 하늘꽃 2007.12.29 2510
319 기도 [6] file 새봄 2008.03.31 2504
318 아침에 쓰는 일기.3 [2] 하늘꽃 2008.05.20 2459
317 램프와 빵 물님 2014.02.10 2444
316 박재삼, 「가난의 골목에서는 [2] 물님 2013.01.23 2444
315 고독 [4] file sahaja 2008.05.18 2442
314 짧은 전화 긴 여운 - 오리지날 버전으로 [3] 도도 2009.09.28 24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