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2365300
  • Today : 409
  • Yesterday : 966


조문(弔問)

2010.12.26 07:56

물님 조회 수:4092

 

 

조문(弔問)

 

 

일몰의 때가 오면

웅포의 덕양정 정자 아래

서쪽 바다에서부터 밀려 온 역류의 물살이

소용돌이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 반역의 물살을 가슴에 담고

한겨울 밤길을 걸어가던 둑길에서

나는 내 청춘을 담금질했고

영혼의 나이테가 금 그어졌다.

그런데 오늘 찾아 온 강물은 신음소리 조차 없다.

긍정도 부정도 없이 조용히

썩어가고 있을 뿐.

이미 똥구멍이 막혀 버린 강물 속에는

하늘도 보이지 않는다.

살아있다는 것이

죽음보다 수치스러울 때도 있다는 것을

거세당한 강물이 보여 주고 있다.

인간 세상의 꼬라지를

흐르지 못하는 강물이 보여 주고 있다.

나는 오늘 금강을 조문한다.

흘러야 할 것들이 흐르지 못하는 세상을

함께 조문한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70 봄날은 지혜 2013.05.07 3850
69 영혼에게 [1] 에덴 2010.04.22 3859
68 사랑하면 [3] 요새 2010.02.11 3867
67 보르미 결혼식날~ [2] 에덴 2010.04.26 3868
66 당신의 작품 속에는 [4] 도도 2010.01.31 3870
65 새가 되어 [2] 요새 2010.04.24 3871
64 경각산 패러글라이더장에서 [1] 물님 2011.04.01 3874
63 북소리 [3] file 하늘꽃 2010.01.09 3875
62 내가 네안에 [3] file 하늘꽃 2010.01.16 3879
61 아들아 ,봄 길은 [3] 물님 2011.04.26 38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