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비가 가을을 슬퍼하는 이유
2020.09.09 20:50
내가 저녁을 슬퍼하면서,
가을이 슬퍼할 것이 없는데도 슬퍼지는 이유를 알겠다.
하루의 저녁이 오면, 가파른 산이 붉어지고, 뜨락의 나뭇잎이 잠잠해지고,
날개를 접는 새가 처마를 엿보고,
창연히 어두운 빛이 먼 마을로부터 이른다면,
그 광경에 처한 자는 반드시 슬퍼하여 그 기쁨을 잃어버릴 것이니.
해를 아껴서가 아니요,
그 기운을 슬퍼하는 것이다. 하루의 저녁도 오히려 슬퍼할 만한데,
일 년의 저녁을 어찌 슬퍼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이옥李鈺의 <선비가 가을을 슬퍼하는 이유,士悲秋解>
댓글 0
|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 393 | 밤에 길을 잃으면 -쟝 폴렝 | 물님 | 2021.01.29 | 1104 |
| 392 | '나에게 영웅은' | 물님 | 2019.09.30 | 1109 |
| 391 | 헤르만 헤세 - 무상 | 물님 | 2021.03.18 | 1111 |
| 390 | 길 | 물님 | 2020.09.05 | 1111 |
| 389 | 까미유 끌로델의 詩 | 구인회 | 2020.05.10 | 1112 |
| 388 | 슘 | 도도 | 2019.12.19 | 1113 |
| 387 | 가면 갈수록 | 물님 | 2020.01.15 | 1118 |
| 386 |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 도도 | 2020.10.28 | 1118 |
| 385 | 길을 잃으면 | 물님 | 2019.09.30 | 1126 |
| » | 선비가 가을을 슬퍼하는 이유 | 물님 | 2020.09.09 | 11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