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2336183
  • Today : 1253
  • Yesterday : 1451


멀리 가는 물

2011.05.24 00:55

물님 조회 수:1450

 

 

 

멀리 가는 물

 

                    도종환

어떤 강물이든 처음엔 맑은 마음
가벼운 걸음으로 산골짝을 나선다
사람 사는 세상을 향해 가는 물줄기는
그러나 세상 속을 지나면서
흐린 손으로 옆에 서는 물과도 만나야 한다
이미 더럽혀진 물이나
썩을 대로 썩은 물과도 만나야 한다
이 세상 그런 여러 물과 만나며
그만 거기 멈추어 버리는 물은 얼마나 많은가
제 몸도 버리고 마음도 삭은 채
길을 잃은 물들은 얼마나 많은가
그러나 다시 제 모습으로 돌아오는 물을 보라
흐린 것들까지 흐리지 않게 만들어 데리고 가는
물을 보라 결국 다시 맑아지며
먼 길을 가지 않는가
때 묻은 많은 것들과 함께 섞여 흐르지만
본래의 제 심성을 다 이지러뜨리지 않으며
제 얼굴 제 마음을 잃지 않으며
멀리 가는 물이 있지 않는가.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43 시인의 말 [1] file 하늘꽃 2009.01.17 1481
242 섬진강 / 김용택 file 구인회 2010.02.18 1482
241 김종삼, 「라산스카」  물님 2012.07.24 1482
240 한동안 그럴 것이다 물님 2011.05.05 1483
239 풀 -김수영 물님 2012.09.19 1483
238 「짐승이 되어가는 심정」 물님 2012.08.13 1484
237 나비 (제비꽃님) [1] 고결 2012.07.05 1486
236 시바타도요의 시 물님 2017.01.27 1486
235 -정현종 ‘가을, 원수 같은 물님 2021.10.19 1486
234 언젠가도 여기서 [1] 물님 2012.06.18 14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