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2372134
  • Today : 606
  • Yesterday : 843


풀 - 김수영

2011.12.11 06:24

물님 조회 수:3319



                         김수영

풀이 눕는다.
비를 몰아오는 동풍에 나부껴
풀은 눕고
드디어 울었다.
날이 흐려져 더 울다가
다시 누웠다.

풀이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도 먼저 일어난다.

날이 흐리고 풀이 눕는다.
발목까지
발밑까지 눕는다.
바람보다 늦게 누워도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
바람보다 늦게 울어도
바람보다 먼저 웃는다.
날이 흐리고 풀뿌리가 눕는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83 [3] 운영자 2008.10.13 3242
182 포도가 저 혼자 file 요새 2010.07.18 3243
181 가을 저녁의 시 [1] 물님 2010.11.18 3246
180 비상 - 김재진 [3] 만나 2011.03.06 3253
179 삶이 하나의 놀이라면 물님 2012.04.07 3254
178 시인의 말 [1] file 하늘꽃 2009.01.17 3259
177 숯덩이가 저 혼자 [2] 요새 2010.02.04 3261
176 새해 다짐 -박노해 물님 2023.01.04 3266
175 오래 되었네.. [1] 성소 2011.08.10 3269
174 눈물 [1] 물님 2011.12.22 32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