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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용 23장...

2014.05.06 23:23

물님 조회 수:3118

중용 23장...  

 

                                                                                              박완규

   

 

 

  어제는 아내와 ‘역린(逆鱗)이란 영화를 보았습니다. 요즘 우울한 표정을 자주 짓는 나에게 아내는 “영화나 한 편 보러갈까요?”하면서 우울한 틀 밖으로 저를 유도했습니다. 하루도 마음 편할 날이 없는 요즘인데 기분전환 겸 따라나섰습니다.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하루하루가 슬펐고, 아팠고, 미안했습니다. 사고에 대처하는 모습을 보면서 국가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고, 거듭된 잘못에는 분노와 실망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면서도 이 아픔을 통해 우리 사회가 거듭나고 좀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긍정적인 생각이라도 가질 수 있었으면 다행인데, 이번 사태 이후로도 바뀌기는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는 포기의 마음이 더 크게 다가온 것도 사실입니다.

 

 

 

 

 

 

 

 

 

 

어제 본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 정조가 악의 근원이라 할 수 있는 ‘광백’을 죽이는 장면이 나옵니다. 칼을 든 정조 앞에서 광백은 죽기 전에 이런 대사를 남깁니다.

 

“나 하나 죽인다고 세상이 바꿔지겠어?”

 

악인 한 사람을  죽인다고 해서 세상은 절대 바뀌지 않는다는 의미였습니다. 세월호 사건의 수습과정을 지켜보면서 많은 문제의 중심에 해경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면 해경청장을 바꾸면 해경이 바뀔까요? 택도 없는 얘기입니다.

 

해수부장관을 바꾼다고 그 아래 조직이 바뀌겠습니까? 이것도 어림없는 얘기입니다. 역린에 보면 이런 대화 나옵니다. 정국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 노론은 서로 혼인관계로 상하좌우 끈끈하게 연결되어 있어서 어느 한 사람을 처단한다고 해서 결코 무너지지 않는다고.

 

지금 우리나라 관료집단의 모습이 바로 이 모습이 아닌가 싶습니다. 마피아들처럼 온갖 먹이사슬로 얽히고설켜 있어서 그 중에 한두 사람 들어내고 바꾼다고 해서 바뀔 조직이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제가 ‘점쟁이 빤스’는 입지 않았지만 앞으로 전개될 대충의 시나리오에 대해 점 한 번 쳐보겠습니다. 해수부장관 바뀌고, 교육부장관 바뀌고, 안행부장관 바뀌고, 해경청장까지는 확실히 바뀔 것입니다.

 

그러면 이렇게 대가리 몇 사람 바뀐다고 해서 정부조직이 바뀌겠습니까? 어림없는 얘기입니다. 교육 쪽에 관계된 어느 실무자가 저에게 이런 얘기를 했습니다. 우리가 어떤 비리를 숨기려고 마음만 먹으면 교육장이 아니라 교육감 할애비가 와도 찾을 수 없다고.

 

여기서 ‘우리’란 누구입니까? 위에서 아래까지 서로 끈끈하게 연결된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조직도 생판 모르는 사람이 새로 장관으로 온다한들 그 사람이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다고 해도 조직 내부의 얽히고설킨 부조리들을 바꿀 수 없다는 얘기입니다.

 

 

 

 

 

앞으로가 더 걱정입니다.

 

이 사람들은 전쟁이 나면 국민들에게는 걱정하지 말라고, 그 자리에 ‘가만히 있으라’고 얘기해 놓고 자기네들이 먼저 도망갈 인간들입니다. 정부가 ‘전쟁에서 이기고 있다’고 말해도 그 말을 국민이 얼마나 믿겠습니까? 아니면 언론보도를 믿겠습니까? 

 

저의 개인 생각인데 이번 기회에 박근혜 대통령이 그만뒀으면 좋겠습니다. 그 이유를 말하라고 하면 수백 가지 수천 가지를 얘기할 수 있지만, 박 대통령과 그 자리는 아무래도 어울리지 않는 옷 같습니다.

 

귀가 있다면 들어 아실 테지만 세월호 사건에서 보았듯이 발 빠른 상황판단과 일사불란한 대처능력도 없었고, 온 국민의 상처를 가슴으로 따뜻하게 품어 안는 여성적인 리더십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얼음공주처럼 차가운 눈으로 유가족들을 바라보는 대신에 슬피 우는 유가족들을 보듬고 함께 울어줄 가슴조차 없다는 것도 이번에 확실히 알았습니다. 더구나 최고 책임자로서 책임지는 자세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지금 많은 국민들은 ‘대통령이 지금 뭘 해야 하는지를 전혀 모르는 것 같다.’며 오히려 안타까워할 정도입니다.

 

 

 

 

 

 

 

 

 

 

 

만약에 그것이 힘들다면 젊고 유능한 국무총리를 선임해서 그에게 많은 권한을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를테면 손석희 같은 사람이면 많은 국민들이 진정성을 이해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더 좋은 사람도 많겠지만 그리고 그가 수락하지도 않겠지만, 지금 상황에서 최고의 카드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와 같은 사람을 임명해서 그에게 힘을 실어주고, 민심을 달래고 정부부처를 조정해 보라하면 누구 못지 않게 잘할 것입니다. 저는 지금 ‘점쟁이 빤스’를 빙자해서 이런 얘기를 하고 있지만 '느그'정부가 아니라, '우리'정부이기 때문에 이런 말도 할 수 있다는 것을 양해 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하여간 제가 대통령이라면 그렇게 하겠습니다.

 

지금 정부의 가장 시급한 일은 세월호와 함께 침몰해버린 국가의 신뢰와 명예를 되찾는 일입니다. 그리고 정리되지 않고, 뒤죽박죽이고, 되는 것도 없고 안 되는 것도 없는 정부부처의 무능과 부패를 바로잡는 일이고, 해이된 국가 기강을 바로잡는 일입니다.

 

박 대통령이 바로잡을 수 있을까요? 글쎄요. 지금까지 해온 것으로 봐서는 신뢰감보다 회의감이 더 많이 듭니다. 하여간 지금은 국면전환이 필요한 시기인데 얄팍한 편법보다는 박 대통령이 잠시 한 발 물러나 있고 손석희처럼 참신하고 유능한 카드를 써서 그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 않고 또 다시 노쇠한 사람을 국무총리로 앉히거나 알랑알랑한 정치인을 앉혀서 지금처럼 얼굴마담이나 시키려고 한다면, 지금 전국에서 들불처럼 일어나고 있는 성난 민심을 진정시키는 데는 상당한 어려움이 있을 것입니다.

 

 

 

 

 

 

 

 

 

 

지금 국민과 정부는 서로의 유대감이 완전히 끊어진 상태입니다.

 

이 상태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던, 정례 연설을 하던, 정부정책을 홍보하던 그 어떤 것을 하더라도 현재의 상황을 반전시키기에는 어려움이 많을 것입니다. 이제는 정부가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믿을 국민이 얼마 남지도 않았기 때문입니다.

 

영화 역린의 가장 큰 감동은 ‘상책’으로 분한 정재영이 전한 중용 23장의 내용입니다. 지금의 상황들과 오버랩이 되면서 그 표현 하나하나가 진한 울림으로 다가왔습니다. 내용은 이렇습니다.

 

 

작은 일도
무시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
작은 일에도 최선을 다하면 정성스럽게 된다.


정성스럽게 되면 겉에 배어 나오고
겉에 배어 나오면 겉으로 드러나고,
겉으로 드러나면 이내 밝아지고,
밝아지면 남을 감동시키고,

남을 감동시키면 이내 변하게 되고,
변하면 생육된다.

 

그러니 오직 세상에서
지극히 정성을 다하는 사람만이
나와 세상을 변하게 할 수 있는 것이다.

 

 

고운 날 되시기 바랍니다.
사랑합니다.

 

동부매일 대표
박 완 규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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