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2339602
  • Today : 828
  • Yesterday : 1280


김세형,'등신'

2012.03.12 12:09

물님 조회 수:1577




사람의 등이 절벽일 때가 있다
그 절벽 앞에 절망하여 면벽하고 있을 때가 있다
아주 오래토록 절벽 앞에 면벽하고 있어 본 사람은 안다
그 절벽이 얼마나 눈부신 슬픔의 폭포수로 쏟아지는
짐승의 등인가를...... 그리고 마침내는 왜?
그 막막한 절벽을 사랑할 수밖에는 없는 가를......
자신에게 등을 돌리고 앉아 있는 이의 등 뒤에 앉아
오래토록 말이 없이 면벽해 본 사람은 안다
난 늘 그렇게 절벽 앞에서 묵언정진 해왔다
내게 등 돌린 사람만을 그렇게 사랑하곤 했다
난 내게 등 돌린 이의 등만을 사랑한 등신이었다
사랑에 있어서 난 신神의 경지에 오른 등신이었다

- 김세형,'등신' -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23 호수 -문병란 물님 2012.05.23 1562
122 뉴욕에서 달아나다 물님 2012.06.04 1596
121 보고 싶다는 말은 물님 2012.06.04 1592
120 물님 2012.06.14 1595
119 언젠가도 여기서 [1] 물님 2012.06.18 1623
118 이홍섭, 「한계령」 물님 2012.06.21 1614
117 까비르 "신의 음악" [1] 구인회 2012.06.26 1546
116 별속의 별이 되리라 -잘라루딘 루미 구인회 2012.06.30 1606
115 정지용,「별똥이 떨어진 곳」 물님 2012.07.01 1550
114 원시 -오세영 물님 2012.07.01 15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