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2343634
  • Today : 760
  • Yesterday : 1340


웅포에서

2008.06.24 18:53

하늘꽃 조회 수:1840

입춘이 지난 철새들은
근질거리는 날개짓으로
시베리아의 꿈을 털고 있다. <하늘꽃은 여기서 감동받아 얼어버렸다>


배들은 모두 떠나가고
물그림자만 길게 남아서
옛 이름을 지키고 있는 웅포
내 소년기의 영혼의 성감대를
열어젖히던 덕양정의 갈대 소리가
오늘은 더욱 푸근하다.


세상은 변한 건 없다.
새롭게 모양 낸 강둑을 따라
여전히 하루에 두 번씩 오고 가는
조수의 흐름처럼
나도 때맞춰 너에게
오고 갈 뿐.


이제는 피도 눈물도 썩고 썩어서
어떤 대책도 없는 황토빛으로
흘러가는 금강
아침 노을보다는
더욱 황홀한 석양 끝에 서서
나는 또 기다리고 있다.
네가 질 때까지.         

물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23 나는 나날이 운영자 2008.06.18 1852
222 꼬리잡기 [5] 운영자 2008.09.15 1844
221 이육사 유고시 -광야 물님 2021.06.10 1843
220 안부 [3] file 물님 2009.03.05 1842
219 김남주, 「추석 무렵」  물님 2011.09.14 1841
» 웅포에서 [1] 하늘꽃 2008.06.24 1840
217 가을의 기도 물님 2012.11.11 1837
216 꽃 한송이 [3] 운영자 2008.11.09 1835
215 소동파의 시 물님 2021.12.18 1824
214 신록 물님 2012.05.07 18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