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2373093
  • Today : 691
  • Yesterday : 874


내 유년의 가르침은

2011.11.23 00:07

물님 조회 수:3237

 

 

내 유년의 가르침은

                            물

                   

하와를 유혹한 뱀 때문에

인간이 에덴동산에서 추방당했다는

전도사님의 설교에 감동을 받고

우리는 형들의 뒤를 따라 나섰다.

뱀을 잡아 죽이자고

이 세상을 서럽게 만든 원수

뱀들을 잡아 죽이자고

우리는 논두렁과 야산을 찾아 헤맸다.

어느 날 전쟁 포로를 잡듯이

제법 큰 뱀 한 마리를 잡아

전신주 옆에 매달아 화형식을 거행했다.

아담은 하와에게

하와는 뱀에게

그러나 말 못하는 뱀은 그 누구에게도

책임을 전가하지 못했다.

불길 속에서 뱀은 무어라고 항변하며

죽어 갔을까.

뱀마저도 연민의 눈으로 바라보라는

가르침은 어디로 간 것일까.

원망과 탓의 비빔밥을 먹어대며 살아가는

인간 세상에서

뱀을 향한 돌팔매질부터 배운

어린 날의 예배당

내 유년의 가르침은 그래서 슬프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70 소나무 앞에서 [1] 지혜 2011.08.17 3129
269 봅볕 아래에서 [1] 지혜 2012.04.27 3130
268 처서 [1] 지혜 2011.08.25 3131
267 대목大木 [1] 지혜 2012.09.13 3140
266 억새 [1] 지혜 2013.10.18 3152
265 사포리 들판에서 지혜 2011.10.27 3158
264 고해 [2] 지혜 2013.02.28 3160
263 눈물의 나이 [1] 지혜 2011.09.13 3166
262 어떤 죽음 [2] 지혜 2011.10.01 3173
261 무엇이 구원인가? [1] 지혜 2011.08.16 31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