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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23일

2013.02.23 06:34

물님 조회 수:12074

2월 23일

2013-2-23

           김진홍

나는 해마다 2월 23일이면 하루 동안 금식을 한다. 1974년 2월 23일부터 지키는 나 혼자만의 행사이다. 74년 2월 23일에 나는 서울구치소에 수감되어 있었다. 유신헌법 제1조를 위반하였다는 죄목으로 우리 일행 11명이 구속된 날은 74년 1월 17일이었다. 나는 그 날로 서울구치소에서 정치범들을 수감하는 독방에 수감되었다. 0.7평의 좁은 방이었다. 그런데 날마다 밤 9시경이면 중앙정보부 요원들이 나를 남산에 있는 정보부 건물의 지하실로 데려가 밤새 조사를 받곤 하였다.

그런데 2월 23일이었다. 그해 그날은 유달리 추운 날이었다. 정치범 독방엔 해가 들지 않는 음달 방이었다. 추위가 심하여지니 뼈를 뒤트는 듯이 통증이 왔다. 추위에 견디지 못한 나는 뛰다가 걷다가 찬송하다 추위를 이겨보려 온갖 노력을 다하였다. 오후 3시경 나는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성경을 펴고 성경 속에서 '불'자를 찾으며 추위를 견디려는 생각을 하였다.

나는 성경을 펴고 ‘불’자를 찾기 시작하였다. 맨 처음 찾은 ‘불’자가 출애굽기 3장에 나오는 모세가 호렙산 기슭에서 양떼를 돌보는 동안에 떨기나무에 붙은 불을 보고 거기서 이스라엘의 지도자로 부름 받은 장면이었다. 그렇게 시작하여 ‘불’자를 찾아나가다 누가복음 12장 49절을 읽고 놀랐다. 나는 3대째 기독교 신자로 어머니 태에서부터 교회를 다닌 사람이다. 평생을 성경을 읽으며 지냈는데 이전에는 누가복음에 그런 구절이 있는지조차 모르고 지났다.

"내가 세상에 불을 던지러 왔노니 그 불이 이미 붙었으면 내가 무엇을 더 원하리요"

이 구절을 읽고서부터 나는 무릎을 굻고 두 손을 모아 간절히 기도드리기 시작하였다. “이 땅에 불 던지러 오신 예수님 지금 제가 너무 추워 견딜 수가 없으니 저에게 불 좀 던져 주시옵소서!”

이렇게 기도드리며 그 다음 ‘불’자를 찾아나갔다. 사도행전 2장 1절에서 4절 사이에 나오는 오순절 성령의 불이 임하여 교회가 시작된 부분을 읽을 때에 온 몸이 뜨거워짐을 느끼게 되었다. 그리고 마룻바닥을 짚어보니 얼음장같이 차가운 마룻바닥이 마치 온돌방이 된 것처럼 따뜻하였다. 드디어 나는 하나님께서 내 기도를 들으시고 불로서 나와 함께 하심을 깨닫고 감격에 넘쳐 눈물을 흘리며 하나님께 감사드렸다. 하나님이 불로 그 방에 와 계심을 느끼며 방 모퉁이를 돌며 절하며 감사기도를 드렸다.

그날에 받은 은혜를 기리며 나는 해마다 2월 23일, 그날이 되면 하루를 금식하며 그날 받은 은혜를 되새기곤 한다. 그리고 자신을 반성하곤 한다. 젊은 날에 그런 은혜를 받았었는데 내가 그간 허튼 짓도 많이 하며 살았구나. 이제부터나마 잘 해야지 하는 다짐을 품곤 한다. 오늘 올해의 2월 23일을 맞았기에 다시 하루를 금식하며 40년 전 그날 받았던 은혜를 다시 되새기며 하루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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