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늙은 농부에 미치지 못하네
2014.01.11 23:04
<나는 늙은 농부에 미치지 못하네> (吾不如老農)는 여류 이병철님의 저서입니다.
여류님께서 물님께 시를 지어 보내오셨습니다.
불을 품은 물
여류 이병철
얼음 속에서 타오르는 불을 보았다.
불이 얼음을 녹이고
녹은 물은 다시 얼었다.
그렇게 얼음이 불을 품고 있었다.
불재에는 물이 살고 있다.
불을 품은 물
얼음이었다가 물이었다가
때로는 구름이기도 하는 물이
나는 흐르는 물
불을 향해 흘러가는 물인가
불을 품고
그대에게로 흐르는 물인가
옛 우물 속에 비친
새로 돋는 달을 보았다.
빛과 어둠이 서로를 품은
여명 속을 걷는 그대 소식을 들었다.
어제는 함안을 들러 여류님의 녹아흐르는 사랑을 듬뿍 뵙고 부드러운 물매기회를 맛보고 거제도포로수용소유적지와 청마 유치환기념관과 생가를 들르고 바람의 언덕과 해금강을 멀리 바라보고 왔습니다. 거제도의 겨울햇살은 동백나무 이파리마다 눈부시게 빛났습니다. 삼동(三冬)을 견디어온 아픔을 어루만지고 있었습니다.
행복
청마 유치환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에머랄드빛 하늘이 환히 내다뵈는
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
행길을 향한 문으로 숱한 사람들이
제각기 한가지씩 생각에 족한 얼굴로 와선
총총히 우표를 사고 전보지를 받고
먼 고향으로 또는 그리운 사람게로
슬프고 즐겁고 다정한 사연들을 보내나니
세상의 고달픈 바람결에 부대끼고 나부끼어
더욱더 의지 심고 피어 헝클어진 인정의 꽃밭에서
너와 나의 애틋한 연분도
한 망울 연연한 진홍빛 양귀비꽃인지도 모른다.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너에게 편지를 쓰나니
그리운 이여 그러면 안녕
설령 이것이 이 세상의 마지막 인사가 될지라도
사랑하였으므로 진정 행복하였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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