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아 ,봄 길은
2011.04.26 23:17
아들아 ,봄 길은
물
아들아, 봄 길은
가만 가만 걸어야 한다.
사람의 발길이 가까울수록
땅바닥에 붙어 피는 민들레가
너의 발밑에서 떨고 있구나.
너는 지금 맨 땅위를
걸어가고 있지 않다.
네가 걷는 길은
온 우주의 힘이 여린 순으로
올라오는 길.
빛을 기다려 온
빛을 향한 순례를 떠나는
생명들의 머리를 지나가고 있다.
아들아, 봄 길은
숨을 죽이고 걸어야 한다.
아무렇지도 않게 피어나는 꽃은
하나도 없다는 것을
주어진 운명을 필연으로 받아들인
봄꽃들의 아픈 미소를 읽으며
걸어야 한다.
봄 길은.
댓글 3
-
구인회
2011.04.27 09:54
-
하늘
2011.04.28 12:08
"네가 걷는 길은온 우주의 힘이 여린 순으로
올라오는 길."
고맙습니다, 물님! ~.~*
귀한 시편에 오래도록 머물러 앉아 깊은 생각과 마주합니다.
4월의 끄트머리에서 안부올리며...
...ㅎㅏ늘.
-
마음
2011.04.29 13:39
어찌 봄 길 뿐 이겠습니까. 온통 이세상이 여린 순으로 덮이지요. 얼마나 섬세한 헤아림으로 한 걸음 , 한 마디, 한 마음을 떼어야 할지요. 딸로, 어미로, 친구로, 연인으로.....빛을 기다려 온 나를 마주한 그들-나의 머리 위를 밟고 걸어 가는 이 봄날입니다
그래서 그에게로 가 꽃이 되는 봄 날입니다.
그리운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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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꽃들의 아픈 미소를 읽으며"
마음 따뜻하고 살며시 미소짓게 하는 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