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2381291
  • Today : 960
  • Yesterday : 1222


山 -함석헌

2012.10.06 08:41

구인회 조회 수:3864

              

                   
                    

   
나는 그대를 나무랐소이다
물어도 대답도 않는다 나무랐소이다
그대겐 묵묵히 서 있음이 도리어 대답인 걸
나는 모르고 나무랐소이다.

나는 그대를 비웃었소이다
끄들어도 꼼짝도 못한다 비웃었소이다
그대겐 죽은 듯이 앉았음이 도리어 표정인 걸
나는 모르고 비웃었소이다.

나는 그대를 의심했소이다
무릎에 올라가도 안아도 안 준다 의심했소이다
그대겐 내버려둠이 도리어 감춰줌인 걸
나는 모르고 의심했소이다.    

크신 그대
높으신 그대
무거운 그대
은근한 그대

나를 그대처럼 만드소서!
그대와 마주앉게 하소서!
그대 속에 눕게 하소서

                                                 - 함석헌 -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03 꿈 길에서 1 요새 2010.03.15 4007
202 웅포에서 요새 2010.12.05 4007
201 벼를 읽다 [1] file 하늘꽃 2007.01.30 4011
200 이장욱, 「토르소」 물님 2012.03.27 4016
199 아직도 사랑한다는 말에 [1] 요새 2010.03.19 4017
198 바다는 file 운영자 2007.09.09 4018
197 삶이 하나의 놀이라면 물님 2012.04.07 4024
196 새벽밥 물님 2012.09.04 4025
195 숯덩이가 저 혼자 [2] 요새 2010.02.04 4026
194 가을 저녁의 시 [1] 물님 2010.11.18 4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