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온의 편지 / 위 로
2014.03.07 16:13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을 당하게 될지 모른다는 사실을
화들짝 실감할 때가 있습니다.
올 겨울은 예년에 비해 한파가 심하지 않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던 안일한 그 때에
때늦은 눈사태로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교통사고, 건물의 붕괴나 화재, 비행기의 추락이나 선박의 좌초 등
온갖 재해가 간헐적으로 이어지다가 이번에는 젊음의 기가 마악 뿜어 오르는
그 자리까지 무너지다니요!
때로 우리는 어떤 상황 앞에서 어떤 말이 위로가 될지 난감해집니다.
어설픈 말이 오히려 상처가 될지도 몰라 차라리 그냥 같이 울면서
그 무너지는 가슴을 안아주고 싶어질 때가 있지요.
욥이 재앙을 당했을 때 그를 찾아온 친구들도 너무도 심한 그의 고통을 보고
7일 동안 함께 있으면서도 한 마디도 말하는 자가 없었다고 했습니다(욥2:13).
나도 힘든 상황을 겪을 때, 많은 이들이 하는 이런 저런 말들이
위로보다는 오히려 상처가 된 적이 있었지요.
시카고에는 애정만을 표현하도록 특별히 훈련 받은
골든 리트리버 개들이 있는데 여러 가지 사건으로 충격 받은 아이들은
그 개들이 단순히 같이 있어 주기만 해도 개들에게 마음을 열고
어떤 어른에게도 말하지 않았던 두려움이나 감정을 표현하게 된다고 합니다.
그 개들이 받는 훈련 중 가장 중요한 부분은
그저 조용히 있는 것을 배우는 것이라고 합니다.
그저 들어주기만 해도 위로와 치유가 되기 때문이지요.
하나님께서 침묵하신다고 원망하지 말 일입니다.
땅으로부터 전해지는 아벨의 핏소리까지도 들으시는 그분은 지금
우리의 모든 슬픔과 아픔을 듣고 계십니다.
동물이 들어주는 것도 위로가 되는데 하나님께서 들어주신다는 사실은
얼마나 큰 위로와 희망입니까?
때로 그분은 고난의 이유를 설명해주지 않는 대신
다른 이들이 우리와 함께하게 하심으로
위로해주시기도하시고(골 4:8) 치유되게도 하십니다.
그릇이나 기물 등과 같은 물건이 깨졌을 때는 망가진 상태
그대로 있지만 생명을 가진 존재는 그분이 마련해 놓으신
내부 치유장치를 통해 치유를 시작하게 되지요(시139:14).
슬픔에 잠긴 사람에게 말이 항상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때로는 함께 조용히 앉아 그들의 말을 들어주고,
그들의 슬픔이 흐느낌으로 이어질 때 받아주는 사랑이 필요합니다.
경청이야말로 오늘 우리에게 맡겨진 주님을 닮은 사역이
될 수 있습니다.
오늘, 우리가 그러한 위로의 사람으로 살기를 소망합니다.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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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요 가온님, 들어주기만해도 정말 크나큰 위로가 되지요.
감당할 없으리만치 큰 슬픔을 당한 자여,
마구 외치세요, 가슴이 무너진다고....
결국은 내 안에 위로의 너른 품이 있음을 알게 될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