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2349168
  • Today : 905
  • Yesterday : 924


김세형,'등신'

2012.03.12 12:09

물님 조회 수:2462




사람의 등이 절벽일 때가 있다
그 절벽 앞에 절망하여 면벽하고 있을 때가 있다
아주 오래토록 절벽 앞에 면벽하고 있어 본 사람은 안다
그 절벽이 얼마나 눈부신 슬픔의 폭포수로 쏟아지는
짐승의 등인가를...... 그리고 마침내는 왜?
그 막막한 절벽을 사랑할 수밖에는 없는 가를......
자신에게 등을 돌리고 앉아 있는 이의 등 뒤에 앉아
오래토록 말이 없이 면벽해 본 사람은 안다
난 늘 그렇게 절벽 앞에서 묵언정진 해왔다
내게 등 돌린 사람만을 그렇게 사랑하곤 했다
난 내게 등 돌린 이의 등만을 사랑한 등신이었다
사랑에 있어서 난 신神의 경지에 오른 등신이었다

- 김세형,'등신' -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43 한동안 그럴 것이다 물님 2011.05.05 2460
242 초 혼(招魂) [1] file 구인회 2010.01.28 2461
» 김세형,'등신' 물님 2012.03.12 2462
240 선생님 [5] 하늘꽃 2008.11.22 2464
239 평화의 춤 [1] 물님 2009.05.18 2464
238 갈 대,, `신경림 구인회 2010.03.15 2464
237 오규원, 「겨울숲을 바라보며」 물님 2012.01.02 2464
236 눈 / 신경림 구인회 2012.12.24 2464
235 봄은 울면서 온다 도도 2014.03.25 2464
234 사랑이 명령하도록 하라 [2] 물님 2016.02.05 24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