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2382311
  • Today : 899
  • Yesterday : 1081


내 유년의 가르침은

2011.11.23 00:11

물님 조회 수:8181

 

내 유년의 가르침은

 

 

하와를 유혹한 뱀 때문에

인간이 에덴동산에서 추방당했다는

전도사님의 설교에 감동을 받고

우리는 형들의 뒤를 따라 나섰다.

뱀을 잡아 죽이자고

이 세상을 서럽게 만든 원수

뱀들을 잡아 죽이자고

우리는 논두렁과 야산을 찾아 헤맸다.

어느 날 전쟁 포로를 잡듯이

제법 큰 뱀 한 마리를 잡아

전신주 옆에 매달아 화형식을 거행했다.

아담은 하와에게

하와는 뱀에게

그러나 말 못하는 뱀은 그 누구에게도

책임을 전가하지 못했다.

불길 속에서 뱀은 무어라고 항변하며

죽어 갔을까.

뱀마저도 연민의 눈으로 바라보라는

가르침은 어디로 간 것일까.

원망과 탓의 비빔밥을 먹어대며 살아가는

인간 세상에서

뱀을 향한 돌팔매질부터 배운

어린 날의 예배당

내 유년의 가르침은 그래서 슬프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91 조용필 일화 물님 2022.04.05 7990
390 "몸의 심리학"이 <고도원의 아침편지>에 소개되었어요~ 제로포인트 2015.11.27 7994
389 정원사 예수 물님 2021.04.19 8004
388 수문제의 편지 물님 2014.04.09 8007
387 용기에 대하여 [2] 도도 2014.01.02 8009
386 사랑의 진정한 척도 물님 2020.03.31 8009
385 한 알의 밀 물님 2014.04.29 8011
384 인내를 온전히 이루라 [1] 물님 2014.07.24 8015
383 가온의 편지 / 기억의 징검다리에서 file 가온 2021.05.05 8019
382 선물 물님 2011.04.13 8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