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2333346
  • Today : 1056
  • Yesterday : 1145




비 내리면 / 이중묵
- 향나무의 꿈 -



인정머리 없는
허름한 도시의 아스팔트 위로, 시원히
비 내리면

우산을 찾아 비를 맞으며
우산 속에 부서진 빗물이 들어오고 구두 안에 물이 새어 들어 올 때까지 슬라브집 처마 아래 어쩔 수 없이 만든 어설픈 화단 안에 덩그러니 서 있는 향나무를 보아야 한다.

아무리 보아도
외로운 향나무에게는 빗물의 부스러기조차 날리지 않고, 그가 목을 늘여 빗물을 보아도 헛짓이 되고, 뿌리에 닿아 있는 건 마른기침만 해대는 흙 부스러기 뿐이다.

그런데 비 내리면
나는 아스팔트를 떼어내고 새 화단을 만들어 향나무를 옮길 꿈만 꾸고
향나무는 활짝 웃는 꿈만 꾼다.
꿈은 촛불로 타오른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43 인생을 말하라면 물님 2011.12.05 1405
142 풀 - 김수영 [1] 물님 2011.12.11 1390
141 눈물 [1] 물님 2011.12.22 1390
140 오규원, 「겨울숲을 바라보며」 물님 2012.01.02 1678
139 이기인- 소녀의 꽃무뉘혁명 [1] 물님 2012.01.13 1377
138 그대 옆에 있다 - 까비르 [2] 구인회 2012.02.15 1376
137 동시 2편 물님 2012.03.02 1392
136 최영미, 「선운사에서」 물님 2012.03.05 1393
135 풀꽃 - 나태주 [2] file 고결 2012.03.06 1447
134 김세형,'등신' 물님 2012.03.12 13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