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오신날 물님 축사[5.17]
2013.05.17 22:57
부처님오신날 물님 축사(5.17) 사월초파일이 되면 으레 뫔을 정갈하게 하고 우리 이웃마을 대한불교조계종 귀신사 歸信寺 법요식에 참석합니다. 지금은 예수 믿는 사람이 절에 가는 것이 낯설지 않습니다. 귀신사 문턱을 넘어서 연등을 청하려 하니 안내하시는 분들이 진달래교회에서 오셨느냐며, 주지스님이 미리 연등을 다셨다고 먼저 말씀을 건네시는 것도 특별한 변화 중의 하나이지요. 행사를 준비하는 입장에선 날씨가 무척 중요한 요소. 날씨가 좋아서 그런지 누님 같은 무여스님의 얼굴이 훤하십니다. 법요식 법회는 찬송을 부르거나 앉거나 일어서는 정도의 의식이 아니라 삼귀의, 반야심경, 경문 독송에 수 차례에 걸처 절 올리는 절차가 있어 이를 따라 하기가 여간 쉽지 않습니다. 그래도 정성 어린 마음으로 합장하고 절하는 귀신사 신도들의 마음이 읽히고 또 그분들이 우리 진달래 교회에 오셔서 허물 없이 찬송가를 부르고 교회 예식을 따르는 것처럼 저 역시 그분들의 마음에 동조하여 무턱대고 순서에 따라 합장하고 절을 올립니다. 다른 기독교인들이 제가 이렇게 절에 와서 넓쭉 절하는 모습을 보면 민망스럽고 기가 막힐런지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어쩔 수 없습니다. 페르시아의 동방박사들이 별을 보고 유대마을에 와서 예수님께 경배하고 정성어린 예물을 드린 것처럼 저 역시 여기 밥얻어 먹으러 온 것이 아니라 님 오신날을 기념하고 축하하기 위해서 온 것이니까요. 귀신사 주지 무여스님의 인사말에 이어 물님의 축사가 이어집니다. 한 두번도 아니고 해마다 내 집 드나들듯이 귀신사 문턱을 넘어 멋드러진 말씀으로 법회의 분위기를 한층 고양시키는 물님의 축사. 오늘은 예년보다 더 넉넉한 목소리로 사자후를 설파합니다. 부처님오신날은 사월초파일이라 날씨가 좋아서 오시기가 좋은데, 성탄절은 12월 눈이 쏟아져 노면이 빙판이라 불재 진달래교회를 방문하기가 쉽지 않다는 무여스님 인사말씀에 화답이라도 하듯이 부처님은 좋은 계절에 낳으셨는데 예수님은 엄동설한에 나셨다며 금년에는 기도라도 드려서 무여스님 오시기에 불편하지 않게 하겠다는 물님의 위트 있는 말씀과 화엄경과 원각경을 논하시면서 인생에서 참 스승을 만나고 '깨끗' 깨어나 끝을 보는 깨달음을 얻는 것이야 말로 가르침의 핵심이며, 해탈의 길이라는 법어는 귀신사 경내에서 말씀을 듣는 불자들 저마다의 심금을 울리고 대웅전의 볼살이 오르신 부처님의 얼굴에 미소짓게 합니다. 또한 "군자는 탕탕 蕩蕩하고 소인은 울울 鬱鬱"하다며, 귀신사 신도들 역시 '탕탕 蕩蕩', 부처님의 자비심에 더욱 밝고 관대하고 넉넉해 지기를 바란다는 말씀은 잠든 영혼을 깨우는 목탁과 같이 폐부에 진동수를 높이고, 불기 2557년 부처님오신날, 이 날을 기념하는 더 할 수 없는 축사가 아닐 수 없습니다. 무래무거 無來無去, 모든 생명은 무無에서 왔다가 다시 무無로 돌아가는 것 데카그램 형제들과 절문을 나서 다시 무無로 돌아가는 길 용타 조실스님은 귀신사 문턱만 넘으면 120살을 산다고 하셨는데, 귀신사 문턱을 넘어선 지 오래, 이 절의 문턱 나이로 1,000살이 되어갑니다. 이렇게 이 문턱을 넘고 넘어서면 무생無生이요 영생을 살겠지요. 한 줄기 빛이 온 우주로 번져 가듯이 오늘 이 순간 귀신사 해탈교 解脫橋 건너 선재善財의 지혜가 또 한번 우주로 퍼져갑니다. 'sial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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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알님의 글을 읽으니 부처님 오신날 법요식 광경이 환하게 스쳐갑니다.
뒷모습이 아름다운 절이라고 물님의 제2시집 메리붓다마스에 '귀신사' 라는 시가 있습니다.
명부전을 지나 돌계단을 올라서면
우아하고도 안정감있는 삼층석탑 앞에서 귀신사를 한눈에 감상도 하고
송어가 노니는 금평저수지에서 바라보기 소감을 나누기도 하였습니다.
무여스님의 눈물,
기와에 쓰인 글귀,
장학금을 받는 학생들의 대화,
부처님의 느끼한 표정,
점심준비로 수고하시는 분들,
물님의 축사 등등
도반들의 나눔으로 더욱 풍성한 시간이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