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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극(相克)과 상생(相生)이 어우러진 삶  /신 영

 

  

 

 

 

계절과 계절 사이에서 만나는 자연은 우리 인간에게 주신 귀한 선물이다. 그 어떤 변화의 계절에 익숙해지지 않은 그 샛길에서 많은 생각을 만난다. 특별히 가을을 준비하며 맞는 초가을에는 모두가 시인이 된다. 우리의 마음속에는 이미 모두 시인이 살고 있다. 사색의 계절 무엇인가 비워두고 싶어지고 삶에 대해 고민하고 인생의 긴 여정에서 나라는 존재에 대해 묻고 싶은 계절이다. 서녘에 지는 저녁 놀의 아름다움처럼 가을의 단풍으로 물드는 가을 나무를 보면서 나는 어떤 모습으로 나를 물들이는 것일까.

 

 

 

                나 오늘 여기에서  /신 영


                   한낮
                   내리쬐는 태양빛은
                   높이 솟은 나뭇가지 끝에 머물러 선다
                   금방이라도 꽃이 될 듯
                   나뭇잎들이 붉은 웃음을 만든다
                   오늘도 그렇게 붉어가고 있다
                   숲의 나무들은 하늘 닿은 가지 끝부터
                   물들어 가는데
                   나는 어떤 모습으로
                   나를 물들이고 있는 것일까
                   오늘도 내 가슴은 불이어라
                   이 뜨거움으로 내 가슴속 나뭇잎만
                   물들일 수는 없다
                   그래 나무가 불타서 숯이 되고
                   그 숯이 오랜 세월 열 받으면
                   보석도 된다지
                   오늘 나도 숯이 되고
                   먼 훗날 나를 비추는 빛이 될 수 있다면
                   나 오늘 여기에서
                   나를 태워 숯이 되리라


                       신 영의 시집 『하늘』중에서-

 

 

 

저 가을 나무의 단풍처럼 나뭇잎을 물들이기까지 오랜 기다림의 시간과 고통이 있었으리라. 우리의 삶과 어찌 이리도 닮았을까. 사는 일이 어찌 쉬이 얻어지는 것이 있겠는가. 나이가 어려서는 다른 사람에 대한 부러움도 많았지만 이제는 부러움보다는 그 사람의 진한 향기를 느끼게 되었다. 때로는 부러움은 질투와 시기 그리고 미움으로 흐르기도 하지만, 상대방에 대한 배려의 마음이 조금씩 싹트기 시작하면 모두가 감사로 변하기 시작한다. 마음 안의 욕심과 시기와 질투 그리고 미움을 이기는 힘은 바로 사랑과 이해의 마음이기 때문이다. 사는 일 중에 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밀어내고 싶은 본능이 꿈틀거린다. 이 깊은 욕심을 다스리지 못하면 결국 상대도 나도 상하기 때문이다.

 

옛 선조의 생활(우주)철학 가운데는 오행(五行)으로 구성된 순환의 변화를 말하고 있다. 그중에 변화를 할 때 서로 영향을 주는 것을 상극(相克)과 상생(相生)이라고 하는 것이다. 서로 만나는 귀한 인연에 감사한 마음도 있지만 때로는 악연처럼 느껴지는 만남도 있는 것이다. 하지만 살면서 어찌 내 마음대로 만나고 싶은 사람만 만나고 살 수 있겠는가. 소견이 좁은 아녀자의 마음이라 그럴까. 살아가는 날 중에 마음에서 밀어내고 싶고 비켜가고 싶은 일과 사람을 만나면 결국 상하는 것은 상대방이 아닌 내 마음의 상처만 남는 것임을 깨닫게 된다. 그저, 만나서 반가운 인연에는 행복해서 감사하고 비켜가고 싶은 인연에는 나를 굳건하게 만들어 주니 감사하다고 고백하는 것이다.

 

살면서 나쁘고 좋은 일이 따로 없음을 하나씩 깨달아 가는 것이다. 가정의 어려운 일 중에 가족의 건강과 사업의 어려움 그리고 자녀의 어려움 등을 들 수 있을 게다. 그 어려운 시간을 지혜롭게 잘 지내고 보면 참으로 감사는 절로 넘친다. 어둡고 캄캄한 터널 속에서 만나는 실빛은 더욱 찬란한 빛임을 그때야 깨닫기 때문이다. 어둠은 고통이 아니고 희망임을 고백하는 시간이다. 우리의 삶 가운데 만나는 어려운 일처럼 일상 가운데 내게 힘겨움으로 있는 사람도 있는 것이리라. 하지만, 밀어내지 말고 상대를 가슴으로 받아들이고 그를 위해 마음의 깊은 기도를 시작하면 내게 평안함이 찾아든다. 그 어떤 신앙을 강조하지 않더라도 빛이 어둠을 몰아내는 것은 깊은 묵상과 감사의 고백임을 깨닫는다.

 

세상에는 좋은 일 나쁜 일이 따로 없는데 내 마음 안에 내게 좋은 일만 기대하는 욕심이 있을 뿐이다. 이 가을에는 더욱 깊은 내면에 존재한 나를 들여다볼 수 있길 소망한다. 그저, 마음 안에서 꿈틀거리고 움직이는 내 속을 느낄 수 있다면 이 가을 사색의 창가에서 큰 감사를 만나 누릴 것이다. 봄에 싹을 내고 여름에 꽃을 피우더니 가을에 열매를 맺는 저 자연의 섭리를 보면 큰 깨달음을 얻는다. 이렇듯 우주가 변화할 때는 언제나 기쁨과 아픔과 고통 그리고 환희가 있듯이 이 상극(相克)과 상생(相生)의 양면을 보게 된다. 그러므로 상극(相克)의 과정을 거쳐야만 상생(相生)의 변화가 일어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우주의 변화를 보면서 그 속에 함께 어우러져 변화하는 우리도 서로에게 필요한 상생(相生)의 길이면 좋겠다.

 

 

               

                                                                                                   09/26/2008.

                                                                                                         하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