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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천에서

2011.05.02 10:07

수행 조회 수:5401

 

신천에서                            신현희


어둠 속에 너를 가두고

웅크려 울고 있는 아이야


어머니의 어머니로부터

잉태되어온 너의 시간은

소유권 상실의 원초적 슬픔


생채기 붉은 실로

고치를 짓게 한 가시바늘은

너의 자만을 위한 경종, 

네 안 천 개의 보화를 위한

나침반의 떨리던 바늘


들리니?

돌돌돌 굽이치는

여울의 노래


고치의 빗장을 풀고나와

은빛 반짝이는 햇살에

오랜 눈물을 말리고


공기 흘러 짜놓은

유백의 보드라운 천

촉각의 더듬이를 세우라


예민한 겹눈 들어

끌어올린 땅 밑 수액

초록물감으로 토해내는

수직 가지들을 보아라


꽃잎 절구에 낙하한 햇살

잘게 부서진 생기 가루 마시고

젊은 갈빗대로 물결 가르는

한 마리 금선어를 따라가 보렴


온전한 숨

방해받지 않는 고요

지금은 탈피의 순간


네가 서 있어야 할 곳은

지난 시간의 고치동굴 아닌

지금, 여기!


결빙의 계절을 뚫고

부활한 생명들의

소리 없는 합창 거룩한

신천에서는


날갯짓 가만 가만

꽃잎 위의 나비로 날으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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