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보산에서 - 물
2012.02.05 01:54
느보산에서
물
노예들에게 자유를 말한다는 것은
노예들을 이끌어 자유인의 길을 걷게 한다는 것은
간이 썩고 쓸개가 녹아내린다는 것을
느보산은 말해주고 있다.
결국은 자기 자신조차 들어가지 못한
젖과 꿀의 땅을 바라만 보다가
숨을 거둔 모세는
무슨 생각을 하면서 이 산을 올랐을까
자기 자신만의 자유가 아니라
모든 이들의 자유를 꿈꾸는 자의 비극을
나는 느보산의 찬바람 속에서 바라보고 있다.
몸을 벗어야할 자리와
시간을 알았던 모세는
무덤조차 남기지 않았다.
철없는 민중들의 통곡소리 속에
무덤을 만들었을 뿐
이 땅에 무덤을 남기지 않았다.
쟈유를 위한 투쟁의 길,
40년을 걸어도 끝나지 않았던
모세의 길은 오늘
나에게 이어지고 있다.
불평으로 날을 새던 인간들을
물어뜯던 불뱀이
구리뱀으로 변하여
오늘의 세상을 내려다보고 있다.
2012.2.3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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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도
2012.02.07 01:34
-
도도
2012.02.07 01:41
느보산의 바람이 얼마나 센지
날아갈뻔 했습니다.
모세가 들어가보지 못한
저기 보이는 가나안 땅은
지금 내가 살고 있는 곳이
바로
그 땅임을
바람이
전해주고 있었습니다..
-
이슬님
2012.02.07 12:17
애굽에서 가나안으로 들어가기 전 광야의 삶은
느보산의 센 바람처럼 차갑고 힘들고 간과 쓸개가 녹는 것이라는 말씀은 단지 비유만이 아닌 것 같습니다.
40일이면 갈 거리를 40년을 간다는 것
에고에서 셀프로 넘어가는 길이
얼마나 힘든지...
자기의 병을 알면서도 치유되지 못함을 바라볼 때 느끼는 막막함은 자기의 가슴을 치듯
힘든 일이네요.
노예에서 참 주인이 된다는 것이
이 삶을 살아야 하는 목적인데
그 길이 쉬이 갈 리는 없겠지요.
매일 매일 중요성을 내려 놓으며
집착하지 않고
그렇게 삶을 맞이 할 때 나는 가나안을 들어가게 될까요?
-
물님
2012.02.09 01:27
이슬님!
율곡은 자신이 금강산에 입산하는 것은
산을 오르고자 함이 아니라
산이 되고자함이라는 말을 했답니다.
과거의 가나안은 공간 이동이었다면
오늘의 가나안은 존재의 차원이동이겠지요.
가나안으로의 길은 들어가는 것이라기 보다는
그대 자신이겠지요.
어렵다면 한 없이 어렵고
쉽다면 한 없이 쉬운 그 길을 가는 것이겠지요.
-
이슬님
2012.02.09 11:25
물님,
내가 내 자신이 되는 것.
쉽다면 한 없이 쉬운 그 길.
네^^
-
창공
2012.02.12 00:08
저 뱀에게 물리기 전에 정신차려야지. 히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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