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 바라보기
2013.03.29 15:31
요즘 봄 쑥국을 자꾸 먹고 싶다.
어제 이어 오늘도
아침 일찍 일어나
창문 밖에 있는 꽃밭에 나가 쑥을 캤다.
간밤에 내린 서리를 맞아
쑥 잎이 얼어있었다.
잎을 잡아 밑둥에 칼을 대니 잎이 끊어졌다.
가볍게 잡고 조심스레 쑥을 한 줌 캐서
소쿠리에 담아 안으로 가져오니
씻음과 동시에 싱싱하게 살아났다.
“이것 좀 보세요. 쑥이 차가운 땅에 뿌리를 박고
밤새도록 얼어 있다가 다시 살아나는 것 좀 봐요.
참으로 대단하죠. 당신은 발을 땅속에 묻고 밤새도록 서 있을 수 있나요?”
“………….”
멸치 육수에 된장을 풀고
들깻가루도 한숟갈 풀고
끓을 때 쑥을 넣고 얼른 불을 껐다.
그야말로 쑥은 더욱 산뜻한 초록빛으로 변하여
쑥 향까지 풍겨주었다.
당신에게 건넨 이 말은
싱싱한 쑥의 음성으로
지금 나에게 들려오고 있다.
쑥 앞에서 침묵할 수밖에 없는
고난의 꽃밭 터에서
밤을 견딘 생명의 에너지가
이 봄에 나를 위해 준비해 놓은
성찬이 되어지이다
두손모은다.
2013.3.29. 고난주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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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인한
생명력의 꽃
쑥
그렇게 뽑아 내버렸던 쑥이
겨울나고
도도님 된장국에 쑥향으로 되살아납니다.
부활달걀은 김은주님이 준비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