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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또한 그렇게 살기 위해

2012.06.29 21:03

구인회 조회 수:1651

 

 

     나 또한 그렇게 살기 위해   / 류 시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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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동안 내가 먹은 동물들을 위해 기도합니다. 
    우직한 소와 돼지를 위해
    뾰족 부리를 가진 닭을 위해 
    인도와 네팔을 여행하면 배 고프다는 이유로 잡아먹은 순박한 눈의 검은 염소를 위해
    그동안 내가 마구 더럽힌 물을 위해 
    내 발 아래 파헤쳐진 어머니 대지를 위해 기도 합니다.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차갑게 등 돌린 사람들을 위해
    내가 묵묵히 지켜보기만 한 가난하고 불행한 이들을 위해
    나 자신도 모르게 헛되이 써 버린 그 많은 시간들을 위해
    기도합니다.
    이제부터 그렇게 하지 않기 위해.

    내게 겨울마다 양식이 되어 준 고구마에게
    주먹을 쥐고 땅 밖으로 나온 여름의 감자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매순간 가슴을 채워 준 신선한 공기에게
    내 영혼이 보다 순수해지도록 도와 준 처녀 채소들에게
    얼굴을 비춰 주는 무심한 개울물에게
    언제난 웃는 꽃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추운 겨울을 지내고도 순백으로 피어나는 목련에게
    내 안의 단순성을 일깨워 주는 첫 민들레에게.
    나 또한 그렇게 살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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