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2353847
  • Today : 751
  • Yesterday : 943


山 -함석헌

2012.10.06 08:41

구인회 조회 수:2573

              

                   
                    

   
나는 그대를 나무랐소이다
물어도 대답도 않는다 나무랐소이다
그대겐 묵묵히 서 있음이 도리어 대답인 걸
나는 모르고 나무랐소이다.

나는 그대를 비웃었소이다
끄들어도 꼼짝도 못한다 비웃었소이다
그대겐 죽은 듯이 앉았음이 도리어 표정인 걸
나는 모르고 비웃었소이다.

나는 그대를 의심했소이다
무릎에 올라가도 안아도 안 준다 의심했소이다
그대겐 내버려둠이 도리어 감춰줌인 걸
나는 모르고 의심했소이다.    

크신 그대
높으신 그대
무거운 그대
은근한 그대

나를 그대처럼 만드소서!
그대와 마주앉게 하소서!
그대 속에 눕게 하소서

                                                 - 함석헌 -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03 「짐승이 되어가는 심정」 물님 2012.08.13 2709
202 까비르 "신의 음악" [1] 구인회 2012.06.26 2713
201 이육사 유고시 -광야 물님 2021.06.10 2716
200 꽃 꺾어 그대 앞에 [1] file 구인회 2010.01.30 2717
199 사십대, 바라볼 시간이 많지 않다 운영자 2008.06.10 2719
198 석양 대통령 물님 2009.05.13 2719
197 보고 싶다는 말은 물님 2012.06.04 2719
196 한동안 그럴 것이다 물님 2011.05.05 2721
195 빈 들판 - 이 제하 물님 2012.05.07 2721
194 거울 물님 2012.07.24 27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