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2384612
  • Today : 917
  • Yesterday : 1199


풀 - 김수영

2011.12.11 06:24

물님 조회 수:4326



                         김수영

풀이 눕는다.
비를 몰아오는 동풍에 나부껴
풀은 눕고
드디어 울었다.
날이 흐려져 더 울다가
다시 누웠다.

풀이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도 먼저 일어난다.

날이 흐리고 풀이 눕는다.
발목까지
발밑까지 눕는다.
바람보다 늦게 누워도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
바람보다 늦게 울어도
바람보다 먼저 웃는다.
날이 흐리고 풀뿌리가 눕는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63 어디 숨었냐, 사십마넌 물님 2009.08.31 4394
262 초혼 [1] 요새 2010.07.28 4393
261 내 딸을 백원에 팝니다. [1] 관계 2008.05.15 4393
260 세가지의 영혼, 세가지의 기도 [2] 물님 2009.07.02 4389
259 최영미, 「선운사에서」 물님 2012.03.05 4384
258 밥이 하늘입니다 물님 2010.11.29 4384
257 양애경 - 조용한 날들 [1] [1] 물님 2012.05.15 4383
256 시인의 말 [1] file 하늘꽃 2009.01.17 4381
255 느을 당신이 있네요. [1] 솟는 샘 2013.11.06 4378
254 나무학교 물님 2013.11.27 43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