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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온의 편지 / 울게하소서

2010.11.04 13:14

가온 조회 수:11911

 


 

가온의 편지 / 울게 하소서

 

 

청년기에 유난히도 슬픈 노래를 좋아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 암울했던 시절에 물이 물을 만나 하나가 되듯이

내 안에 고이는 슬픔이 발라드풍의 슬픈 가락을 타고 흘러

녹아내리는 것 같았습니다.

 

 

항상 기뻐해야지 슬퍼하는 게 웬말이냐고 한다면 할 말은 없습니다만

희노애락(喜怒哀樂)의 인생을 살아가면서

사실 이런 요지부동의 사고에 짓눌릴 때가 얼마나 많았는지요.

 

 

늘 기가 뿜어 나오는 삶이라면 더 바랄 게 없겠지만

그렇지 않을 때라도 안개처럼 촉촉하게 젖은 우울과

바다 밑 같은 슬픔이 눈물로 풀어지거나

그대로 소화시켜 낼 수 있다면 정서적 안정이 되겠지요.

 

 

울지 못하는 이들을 만날 때가 있습니다.

감정을 표출할 수 없는 정신적 장애나

피해의식으로 마음의 문이 닫혀 울 수 있는 힘을 잃은 이들도 있지만

자신의 감정을 이해하고 녹여 줄 따뜻한 품을 만나지 못한

시린 가슴도 울지를 못합니다.

 

 

눈물이 눈을 보호하고 청결을 위해

눈물샘에서 분비되는 체액이듯이 그

것은 또한 정신적으로도 불순물을 씻어내

투명하고 맑은 영혼이 되게 하지요.

 

 

우리가 비록 때로는 어려움에 직면한다하더라도

나를 헤아려주시는 그분의 사랑 안에서

삶의 한 켠에 눈물의 자리를 가지고 있음은

얼마나 큰 은총인지 모릅니다.

 

 

‘멀리서 보아야 아름답다’ 등으로 세상을 행복으로 바라보는 데

일가견을 가지고 있던 행복 전문가인 최윤희님이

결국 질병의 고통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은

행복을 추구하는 이들에게 어두운 기억으로 남게 되었습니다.

얼마나 견디기 힘들었으면 그런 선택을 했을까요?

 

행복만을 추구해 온 가슴은 고통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으며

더 이상 행복으로 이어질 수 없는 한계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던 것은 그녀 나름대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는지도 모릅니다.

 

 

‘멀리서 보아야 아름다운 세상’을 그녀는 말했지만

어떻게 세상을 늘 멀리서만 볼 수 있나요.

원하지 않는 상황과 현실이라도

관통(貫通)과 상생(相生)과 공존(共存)으로

경험해가는 것이 세상살이지요.

 

 

그러한 과정에서 빛살처럼 일렁이는 행복,

반짝이는 기쁨과 은총을 ‘하늘 위로’로 받아 누리면서 말입니다.

우리 지금도 그렇게 살아가고 있지 않나요?

 

 

눈물의 시인 김현승님은

눈물은 피해야 할 것이 아니라

신이 내려 준 가장 소중한 것이라고 말합니다.

 

 

마치 나무의 꽃이 시든 뒤에 열매가 열리게 하신

하나님의 섭리와도 같이 웃음이 잠시 피었다가 지는 꽃이라면

슬픔과 눈물은 그 열매라고 노래합니다.

 

 

고통의 분량을 비교하는 건 아니지만

욥은 처절하게 무너져 내린 상황,

그리고 정수리에서부터 발끝까지 악창을 앓았던

극심한 고통 속에서도

자신의 가는 길을 아시는 주님을 의식했으며,

고통 그 자체가 자신이 그분 안에서

정금같이 되어가는 과정임을 깨달으므로

눈부신 승리를 이루어냅니다.(욥23:10)

 

 

만일 우리에게도 고통의 시간이 주어진다면

흔들의자 같은 여유로움으로

그분 안에서 아픔을 품어 안고

와인처럼 향기롭게 숙성시킬 수 있을까요?

 

 

참으로 그럴 수 있다면

주님도 때로는 울기도 하신 이 세상에서

우리의 눈물은 조개의 진주(眞珠)보다 더 영롱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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