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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저속한 언사로 물의를 빚은 전광훈 목사(청교도영성훈련원)가 최근 '기독자유민주당'을 창당하겠다고 나서면서 비난 여론을 자초했다. 한국 교계 원로인 이만열 명예교수(숙명여대)까지 나서 "기독당 창당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교회를 민주적으로 운영하고 사랑과 공의를 실천해 왔는지도 신뢰할 수 없다"며 노골적으로 비판했다.

 

그럴 리 없겠지만, '미국 교회에서 존경 받는 토니 캠폴로 목사(이스턴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도 정치판에 뛰어들었는데 우린 왜 안 되냐'고 전광훈 목사가 따져 물을지도 모를 일이다. 기독교 정당 창당이 불법도 아니고, 목사가 정치에 뛰어드는 것 자체를 시비 걸 일도 아니니, 해봄직한 상상이다. 하지만 전광훈 목사가 캠폴로 목사를 걸고넘어질 수 없는 이유는 캠폴로 목사가 쓴 <예수人 어떻게 살아야 하나?>(도서출판 누가)란 책에 잘 나와 있다.    

 

캠폴로 목사가 민주당의 빈정거림 감내해야 했던 이유?

 

토니 캠폴로가 누군가. 보수 복음주의자지만 사회정의에 대해 예언자적 목소리를 외쳐온 그는 수많은 기독 운동가들에게 신학적 자양분을 공급해온 인물이다. 침례교회 목사이기도 한 그는 1976년 하원의원에 출마하겠다고 민주당 문을 두드렸을 때를 회고하며, "가시 돋친 말과 빈정거림을 한 시간 넘게 감내해야 했다"고 털어놓았다. 후보 등록을 앞두고 관례적으로 가졌던 면접에서 민주당이 보였던 까칠함을 그렇게 표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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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교단 출신 목사지만, 사회정의 문제에 관심을 쏟으며 양극화된 미국 교회의 정치적 패러다임을 흔들어놓은 토니 캠폴로 교수.
ⓒ 박지호
토니 캠폴로

이해 못할 바가 아니다. 미국 사회에서 '침례교 목사'와 '민주당'이 얼마나 어색한 조합인지 아는 사람은 안다. 미국 침례교회, 특히 남침례교회(Southern Baptist)는 소위 '기독교 우파(Christian Right)'라 불리는 근본주의 기독교인들의 집합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반공주의의 보루', '공화당 정권 탄생의 일등 공신' 따위의 표현으로 성격이 규정되기도 한다. 정치적 이념으로 상대방을 적그리스도 혹은 사탄의 세력으로 덧칠해버렸다. 성경이 2000번 넘게 언급한 '가난'의 문제는 무심한 반면, 성경이 대여섯 번 언급하는 '동성애'라는 이슈만 던지면 자극을 받아 공화당으로 몰표를 던져왔다. 

 

"내가 목사라서 좋은 정치인이 못 된다는 건가"

 

캠폴로 목사는 남침례교보다 진보적인 미국침례교(American Baptist) 소속이긴 하지만, 보수적인 침례교 목사가 공화당과 반대의 정치 성향을 가진 민주당을 찾았으니 면접이 친절하게 진행될 리 만무했던 것이다. 캠폴로는 당시 날카롭게 쏘아대는 그 정당 지도자에게 이렇게 물었다. "내가 침례교 목사이기 때문에 내가 좋은 정치인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거냐"고. 그러자 그 정당 지도자는 캠폴로 목사가 평생 잊을 수 없는 대답을 남긴다. 

 

"캠폴로씨, 이해를 못하셨군요. 당신이 침례교 목사이기 때문에 좋은 정치인이 될 수 없다고 나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만 내가 알고 싶은 것은 당신이 정치 윤리를 가지고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캠폴로 목사는 당시를 '과연 기독교인들에게 정치 윤리를 기대할 수 있는가' 하는 교회 밖 사람들의 인식을 극명하게 보여준 사건으로 회고했다. 다시 말해, 정치에 대한 관심은 많으나 윤리적 기준은 미천하다는 인식을 그 순간 피부로 느꼈다는 것이다. 

 

생각 다르다고 악마로 여기는 기독교인이 정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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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만나면 나라를 망치는 주범으로 좌파를 비판했던 전광훈 목사.
ⓒ 한국 <뉴스앤조이>
전광훈

캠폴로 목사는 기독교인들의 "파괴적인 대화"를 가장 큰 문제로 꼽았다. 정치권에서 기독교인들의 평판이 좋지 않은 이유가 "정치적으로 반대하는 사람을 악마처럼 생각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들은 자주 다른 기독교인들을 설득해 특정 정당이나, 특정 정당의 후보자를 지지하도록 만든다. 특정 정당의 후보자를 반대하는 자들은 마치 하나님께 반대하는 자들인 것처럼 매도한다. 자신들이 특정 정치인이나 정당을 하나님의 도구로 지지하는데, 다른 사람들이 반대하면 반대하는 자들을 사단의 앞잡이로 선언하고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물리치려 한다." (<예수人 어떻게 살아야 하나?> 중에서)

 

캠폴로 목사는 또 기독교인의 정치 참여를 신뢰하지 않은 이유로 정책이나 이슈와 무관하게 특정 정파에 집중한다는 점을 들었다. 공인인 종교적 지도자가 특정 사안에 대한 객관적인 검토도 없이 기독교 유권자들이 정치적 편견을 갖도록 유도한다는 것이다.

 

'사탄과 싸우기 위해 정치한다?'

 

'사탄과 싸우기 위해 정치에 뛰어든다'는 전광훈 목사는 앞서 캠폴로 목사가 염려한 기독교인의 정치적 조건을 두루 갖추고 있다. 전광훈 목사는 '친북·종북·좌파 척결'을 10대 정책 중 우선으로 꼽으며 창당을 선언했다. 전 목사와 함께 창당 핵심 인물로 거론된 김홍도 목사(금란교회)도 '파괴적인 대화'를 촉발시키는 장본인이다. 주요 시국마다 '빨갱이', '좌파'로 편 가르기하며 이들을 '사회와 국가를 위기로 빠뜨리는 존재'로 취급해왔다.

 

지난 대선을 앞두고 전광훈 목사는 노골적으로 이명박 당시 한나라당 대선 후보를 지지하기도 했다. 당시 전 목사는 "이명박 후보를 찍지 않으면 생명책에서 지워버린다"는 발언도 했다. 이명박 후보가 장로라는 게 이유의 전부다. 지난 8월에는 "이혼하면 벌금 1억, 이혼한 뒤 혼자 살면 벌금 3000만 원을 내는 특별법 제정하고, 자녀를 5명 이상 낳지 않으면 감옥에 보낸다"는 등의 황당한 공약을 내뱉어 세간의 비웃음을 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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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폴로 교수가 쓴 <예수人 어떻게 살아야 하나?>.
ⓒ Word Publishing
캠폴로

정치적인 사안뿐 아니다. 김홍도 목사는 자연재해나 엄청난 인명 피해가 발생한 다른 나라를 향해 '하나님의 심판'이라는 등의 악담을 했고, 고인이 된 전직 대통령들을 두고 "지옥갔다"며 모욕했다.
 
캠폴로 목사는 이런 행위야 말로 정치 활동으로 하나님나라를 실현하겠다고 하다가, '사랑'이라는 최대의 가치를 놓쳐버리는 꼴이라고 경고했다.

누가 목사라고 정치하지 말래?
 

목사 혹은 기독교인이기 때문에 기독당의 출현을 우려하는 것이 아니다. 민주당 지도자가 캠폴로 목사에게 던졌던 질문 그대로다. 사람들은 기독당을 하겠다고 나서는 목사들에게 과연 '정치 윤리'가 있느냐고 묻고 있다.  

 

캠폴로 목사는 기독교인의 정치 참여를 막지 않는다. 오히려 "악이 승리하지 못하도록 공직 선거에 입후보하라"고 독려한다. 기독인의 정치 참여가 지역사회에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 위치라는 것이다. 하지만 신앙이라는 이름으로 "파괴적인 대화"를 일삼는 소위 '기독교 정치 싸움꾼'까지 정치에 끼어들 자리는 없다고 경고한다. 

 

"정치 참여를 통해 하나님의 의를 세워갈 때, 신앙이란 이름하에 자신을 정당화해서는 안 된다. 같은 신자에 무례히 행치 않도록, 노선이 다른 자들에게 상처를 주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하나님나라의 질서를 세우는 과정에서 사람들을 사랑하지 못한다면 이기더라도 지는 것이다. 우리가 예수님의 참 제자라는 의미는 영적 실패 없이 정치적 승리자가 되는 것이다." (<예수人 어떻게 살아야 하나?>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