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만의 글쓰기..
2009.02.24 16:13
(하늘입니다. 회원이 아니라고 새 홈페이지가 하도 우겨서 새로 회원가입했는데
또 하늘이라는 닉네임을 딴사람이 쓰고 있다고 자꾸 바꾸라고 그래서 제로포인트로 바꿨습니다.)
정말 오랫만에 글을 썼습니다.
제가 섬기는 비봉초등학교에 전종용 교장선생님 정년퇴임식에서
직원을 대표하여 송별사를 적고 읽어 드렸는데......
워낙 훌륭하신 분이라 송별사를 쓰면서, 연습하면서, 또 현장에서 낭송하면서
눈물을 삼키느라 힘이 들었습니다.
첨에 물님께 송별시 하나 지어주세요~ 했다가
뭘 그리 어려워하냐며 얘기하듯 쓰면 된다는 말씀에 힘입어
잘 해결했다고 말씀 드리니 한번 올려놓으라고 그러시네요?
그래서 올립니다^^
송별사
길지 않은 삶이었지만, 늘
내가 지금 어디쯤 와 있는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어디를 향해야 하는지 물었습니다.
하여 떠밀리듯 살기보단 나다운 모습으로, 가장 나다운 숨으로 살기를 소망했습니다.
그런 제게 지금으로부터 딱 1년 전,
내가 살고 싶은 모습으로 살아오신 분을 만났습니다.
씨를 뿌린 뒤
해가 뜨나, 비가 오나, 바람이 부나 묵묵히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며
겸허히 결실을 기다리는 농부처럼,
아이들 앞에서 41년이란 그렇게 길고도 긴 인내의 시간을 보내오신 분을 만났습니다.
작은 농촌마을, 늘 바쁜 어른들의 관심 밖에서 서성이는 아이들을 못내 마음아파 하시던 분
학교에서 해야 할 일이 아니겠느냐며 아이들이 먹을 몸과 마음의 양식을 손수 챙기시던 분
우리 자식이라 생각하자, 내 조카라 생각하자며 교사들의 등을 도닥이고 격려하시던 분.
그 분의 마음엔 온통 아이들뿐이었습니다.
혹여 상처를 받지는 않을까, 무엇을 원하고 있을까, 무엇이 힘들까, 무엇이 필요할까...
아이들에게라면 가장 좋은 것만을 주고 싶어 하셨던 분!
아이들의 가장 가까운 벗이 되고자 하셨던 분!
교장선생님!
교장선생님께서 온 몸으로, 삶으로 보여 주셨던 아이들을 향한 41년 외길 사랑은
교사로서, 인생을 앞서 걷는 자로서 보여줄 수 있는 가장 고귀한 삶이었습니다.
교장선생님과 함께 한 시간동안 우리는 교사됨이 자랑스러웠습니다.
교장선생님과 함께여서 아이들 가르치는 일이 더없이 행복했습니다.
진정으로 감사하고 존경합니다.
이제 하루 해가 제 할 일을 마치고 붉은 노을 속에 작별을 고하듯
아이들과 교사를 비롯한 모든 비봉 가족의 영원한 스승이신 교장선생님을
보내드려야 할 시간이 되었습니다.
훌륭하신 분을 가까이서 모실 수 있음을 영광으로 자랑하던 우리가
교장선생님을 보내드려야 하는 아쉽고 서러운 마음을 그 어떤 말로 대신할 수 있겠습니까?
수많은 이별 가운데에서도 오늘과 같은 헤어짐의 아쉬움은
형언할 수 없는 가슴 저림이 되어 저희 모두에게 남습니다.
아마도 그것은 교장선생님이 받아 드리신 또 다른 국가의 부름 앞에
연약한 저희들의 힘으로는 잠시도 더 머무르시게 할 수 없기 때문일 것입니다.
보내 드리는 저희나 떠나시는 교장선생님이나 그 힘듦은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어찌 차마 돌아서시겠습니까?
그렇게 사랑하시던 아이들이 까르르 웃음 흘리며 뛰노는 교정에서
어찌 차마 발길이 떨어지시겠습니까?
어찌 차마 잊으시겠습니까?
마냥 좋아서 부르고 또 부르던 ‘교장선생님!’ 하는 낭랑한 아이들의 목소리가
어찌 차마 잊혀지시겠습니까?
저희들은 그 큰 기대에 더 많이 부응하지 못한 송구한 마음으로
그러나 앞으로 더욱 노력하여 아이들을 향한 뜨거운 교장선생님의 사랑을
현장에서 실천하겠다는 다짐과 함께 교장선생님을 보내드립니다.
오래도록 저희와 함께 한 시간들 기억해 주시고,
그 사랑과 소망의 기운으로 늘 건강하시고 하시고자 하는 모든 일 성취하시는
축복의 시간들을 새롭게 맞이하시길 진심으로 기원드립니다.
안녕히 가십시오.
2009년 2월 20일 모든 비봉 가족의 존경의 마음을 담아 비봉초교 노남숙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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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지만 행복했던 모습들이 상상이 갑니다.
그 뒤를 이어
이제는
내가 할 차례이군요. My turn...........
제로포인트 의미심장한 닉네임이입니다라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