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온의 편지 - 군산 베데스다 장애인 교회 최명숙 목사
2009.07.05 08:48
가온의 편지 / 더 큰 품으로 세상을...
축구의 뜨거운 열기가 일어날 때는 스포츠에는 문외한(門外漢)인 나도 가끔은 기쁜 마음으로 열렬하게 박수를 보낼 때가 있습니다. 열심히 뛰는 선수들의 모습, 골키퍼들이 들어오는 공을 받아 내거나 차내는 모습들이 통쾌하지만 때로는 놓쳤을 때 안타까워하는 모습을 볼 때는 공놀이를 하던 어린 시절이 생각납니다.
세 살 적 구루병으로 인한 팔, 다리 왜소(矮小)증은 멀리 있는 것이나 높은 곳에 미치지 못하는 외에도 손 자체가 작기 때문에 특히 공을 가지고 놀 때에도 손에 쥘 수가 없어 늘 놓치기만 했습니다. 그러한 신체적인 약점은 공이나 물건뿐만이 아니라 살아가면서 수많은 것들을 늘 잡지 못하고 놓쳐야만 했습니다. 그렇게 젊은 날의 꿈도, 낭만도, 사랑도 잡지 못하고 놓치기만 했던, 그래서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살아 올 수밖에 없었던 한(恨)은 그대로 가슴에 앙금으로 쌓였습니다.
신체적 장애로 인한 불편함은 여러 사람이 같은 공간에서 며칠 동안 함께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경우에도 보통 사람들이 특별히 느끼지 못하고 자연스럽게 살아가는 모든 사소한 움직임들이 내게는 닿을 수 없는 벽이며 선망일 수밖에 없었습니다.무더운 여름철에 여자들의 가볍고 편한 차림은 아무리 긴 머리라도 건강하고 긴 팔로 살짝 비틀어서 정수리까지 올려 핀으로 고정을 시키면 뒷목덜미가 시원하게 정리되고, 가벼운 티와 반바지에다가 맨발인 편한 자세는 뛰고 비틀고 뒹굴며 자유롭게 임하지만 내 경우에는 아무리 덥고 답답해도 머리를 시원스럽게 틀어 올리지도 못할 뿐만 아니라 한 여름에도 한복이나 긴치마로 발끝까지 길게 가리고 그래도 발이 보일까봐 양말을 신어야만 했습니다.
그리고 힘들게 휠체어에 오르고 내리지만 힘든 것을 느끼기보다는 자칫 옷매무새가 흐트러져 실수를 하게 되지는 않을지 늘 전전긍긍할 수밖에 없습니다.그럴 때면 궁금해집니다. 그 건강함과 자유로움을 그들은 느끼고 있는지... 진초록 여름 숲을 푸른 물이 들도록 배낭을 메고 오를 때나, 푸른 바다를 물고기처럼 헤엄쳐 다닐 때, 그 눈부신 자유를 제대로 의식하며 누리고 있는지 궁금한 것처럼,
그러나 나의 삶에 하늘이 열리고, 불편했던 그 모든 것들을 받아들이며 해방이 되었을 때, 즉 영적으로 성숙해졌을 때... 사랑하는 소중한 이들을, 상처 받은 이들을, 꼭 안아주고 싶은 마음이 늘 절실했습니다. 그러나 내 육신의 작은 품과 팔로는 그들을 품어주기에는 역부족이기에 나는 마음으로 그들을 안아주면서 짓밟히고 억눌린 이들을, 상처 받은 이들을 위로와 격려와 칭찬으로 안아주는 길을 찾게 되었습니다.
결혼하여 비장애인 남편 역시 겉보기에는 내가 그에게 안길 수밖에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그에게도 품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몸이 건강한 그도 품이 필요한 사람이었다. 이해와, 위로와, 사랑과 격려의 품이... 그것은 누구에게도 꼭 필요한 것이었습니다. 우리가 비록 신체적으로 열악한 여건일지라도 신체적인 품보다 더 큰 품으로 사람을 비롯하여 모든 생명을, 그리고 온 우주를 안을 수 있다면 우리는 진정으로 큰 사람으로 살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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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희귀질환연맹'에서 발간 된 '사랑의 릴레이' 2009년 여름 호에 실린 글입니다.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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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명숙 목사님이야말로 큰 품을 가지고 사시는
이 시대에 큰 어른이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