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2345064
  • Today : 663
  • Yesterday : 1527


멀리 가는 물

2011.05.24 00:55

물님 조회 수:1904

 

 

 

멀리 가는 물

 

                    도종환

어떤 강물이든 처음엔 맑은 마음
가벼운 걸음으로 산골짝을 나선다
사람 사는 세상을 향해 가는 물줄기는
그러나 세상 속을 지나면서
흐린 손으로 옆에 서는 물과도 만나야 한다
이미 더럽혀진 물이나
썩을 대로 썩은 물과도 만나야 한다
이 세상 그런 여러 물과 만나며
그만 거기 멈추어 버리는 물은 얼마나 많은가
제 몸도 버리고 마음도 삭은 채
길을 잃은 물들은 얼마나 많은가
그러나 다시 제 모습으로 돌아오는 물을 보라
흐린 것들까지 흐리지 않게 만들어 데리고 가는
물을 보라 결국 다시 맑아지며
먼 길을 가지 않는가
때 묻은 많은 것들과 함께 섞여 흐르지만
본래의 제 심성을 다 이지러뜨리지 않으며
제 얼굴 제 마음을 잃지 않으며
멀리 가는 물이 있지 않는가.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03 마지막 향기 [2] 만나 2011.03.16 2607
102 나는 천개의 바람 [2] 물님 2010.01.24 2609
101 사랑하는 별하나 [1] 불새 2009.09.24 2610
100 담쟁이 물님 2014.05.13 2616
99 박성우, 「소금창고 물님 2011.10.24 2640
98 그 꽃 [1] 물님 2009.11.22 2647
97 세가지의 영혼, 세가지의 기도 [2] 물님 2009.07.02 2658
96 고독 [4] file sahaja 2008.05.18 2686
95 램프와 빵 물님 2014.02.10 2687
94 꽃자리 물님 2013.02.14 26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