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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내리면 / 이중묵
- 향나무의 꿈 -



인정머리 없는
허름한 도시의 아스팔트 위로, 시원히
비 내리면

우산을 찾아 비를 맞으며
우산 속에 부서진 빗물이 들어오고 구두 안에 물이 새어 들어 올 때까지 슬라브집 처마 아래 어쩔 수 없이 만든 어설픈 화단 안에 덩그러니 서 있는 향나무를 보아야 한다.

아무리 보아도
외로운 향나무에게는 빗물의 부스러기조차 날리지 않고, 그가 목을 늘여 빗물을 보아도 헛짓이 되고, 뿌리에 닿아 있는 건 마른기침만 해대는 흙 부스러기 뿐이다.

그런데 비 내리면
나는 아스팔트를 떼어내고 새 화단을 만들어 향나무를 옮길 꿈만 꾸고
향나무는 활짝 웃는 꿈만 꾼다.
꿈은 촛불로 타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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