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2338475
  • Today : 981
  • Yesterday : 1268


풀 - 김수영

2011.12.11 06:24

물님 조회 수:1483



                         김수영

풀이 눕는다.
비를 몰아오는 동풍에 나부껴
풀은 눕고
드디어 울었다.
날이 흐려져 더 울다가
다시 누웠다.

풀이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도 먼저 일어난다.

날이 흐리고 풀이 눕는다.
발목까지
발밑까지 눕는다.
바람보다 늦게 누워도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
바람보다 늦게 울어도
바람보다 먼저 웃는다.
날이 흐리고 풀뿌리가 눕는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93 원시 -오세영 물님 2012.07.01 1509
292 초 혼(招魂) [1] file 구인회 2010.01.28 1510
291 호수 -문병란 물님 2012.05.23 1511
290 까비르 "신의 음악" [1] 구인회 2012.06.26 1511
289 거울 물님 2012.07.24 1512
288 소동파의 시 물님 2021.12.18 1512
287 아침에 하는 생각 물님 2009.04.10 1514
286 봄밤 - 권혁웅 물님 2012.09.20 1515
285 내 아비 네 아비 / 이중묵 이중묵 2009.02.04 1516
284 배달 [1] 물님 2009.03.12 15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