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의 종말 - 윤석만의 인간혁명
2017.09.16 10:20
[인간혁명 2회]학교의 종말, 다시 '전인교육'의 시대가 온다
윤석만 입력 2017.09.16. 05:00 수정 2017.09.16. 08:11 댓글 257개- 2030년 대학 절반 사라져, 초중고도 마찬가지"
산업 필요한 노동력 키우는 19세기 학교 체제
지금의 학교 체제에선 다빈치도 둔재였을 것
"AI로 노동의 종말, 산업화 교육 쓸모 없어져"
바른 품성과 교양 기르는 과거 '전인교육' 필요
4차 혁명은 제2의 르네상스, 인간혁명의 시대
“여러분이 목표로 삼는 의사·법관·정치인, 다시 말해 의술과 법·정치 등은 모두 고귀한 일입니다. 그러나 이들은 삶에 필요한 수단과 방법이지 그 자체가 목적은 아니에요. 대신 시와 사랑, 예술과 낭만은 인생의 목푭니다. 삶의 목적이 되는 것들을 단지 방법을 달성하기 위한 도구로만 생각해선 안 되죠.”
이후 키팅은 학교장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윌리엄 예이츠(1865~1939), 로버트 헤릭(1591-1674)처럼 굳이 교과서에도 나오지 않는 시인들을 학생들에게 가르칩니다. 그 유명한 ‘카르페 디엠(Carpe diem, 현재에 충실하라)’이란 말도 헤릭의 시 ‘처녀들에게’를 읊으며 나온 말입니다. 하지만 키팅은 입시를 중시하는 월트의 교육이념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학교에서 쫓겨나게 되지요.
대학입시만을 위한 공부가 아니라 인생의 목적을 찾기 위한 공부를 가르쳤던 존 키팅. 학생들은 그를 내쫓은 학교에 항의 표시를 하기 위해 책상에 올라가 키팅이 가르쳤던 시를 읊는다.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1990)의 한 장면. [중앙포토]물론 이런 교육 방식이 필요했던 이유도 있습니다. 다수가 선호하는 직업을 얻기 위해선 먼저 좋은 대학에 가야 했고, 입시 성적을 높이려면 시와 예술보다 수학과 영어를 더욱 잘해야 했습니다. 아이들의 꿈이 뭐가 됐든 교사는 그저 “공부만 열심히 하라”고 말하면 됐습니다. 평생 살면서 한번 꺼내볼까 말까 한 지식들을 십수년 간 달달 외우게 하면서 말이죠.
초중고교의 교육 방식도 새롭게 변화될 겁니다. 앨빈 토플러(1928~2016)는 ‘부의 미래’란 책에서 현대의 학교 체제를 산업화 시대의 노동력을 양성하는 곳으로 묘사했습니다. 단일화·표준화·대량화라는 산업 사회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학교 체제가 최적화 돼 있다는 거였죠. 쉽게 말해 기업이 필요로 하는 훈련된 노동력을 공급하는 게 학교의 최대 목표 중 하나였다는 겁니다.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1928~2016)는 현대의 학교 체제를 산업사회에 필요한 노동력을 만들어내는데 최적화 돼 있다고 설명했다. [중앙포토]그리고 우린 여전히 19세기에 만들어 놓은 학교 체제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세계적인 미래학자 제레미 리프킨은 “우리의 모든 교육방식은 1차 산업혁명이 있었던 19세기의 방식과 똑같다”고 말합니다. 그는 미래에 대해 “노동자가 거의 없는 세계로 향하고 있고 인간은 더욱 창의적인 일을 위해 진보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이같은 미래를 앞두고 우린 어떤 교육을 준비해야 할까요.
아마도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알고 있던 지식의 총량은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들보다 훨씬 적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의 상상력과 창의성은 오늘날 천재라고 불리는 사람들보다도 훨씬 뛰어날 겁니다. 다빈치가 만약 현대에서 초중고교를 다니고 대학을 졸업했더라면, 아마도 그가 이룩한 것과 같은 큰 업적을 남기진 못 했을 겁니다.
그럼 다시 키팅의 이야기로 돌아가 볼까요? 키팅은 단지 직업을 갖기 위한 교육, 대학에 입학하기 위한 교육을 부정했습니다. 삶의 목적이 아닌, 방식과 도구에만 얽매이는 교육 현실을 ‘죽은 시인의 사회’라고 표현했습니다. 그렇다면 미래 교육의 방향은, 학교의 모습은 어때야 할까요.
한 가지는 확실합니다. 시인들이 죽어 있지 않은 사회를 만드는 것이죠. AI와 대비되는 인간만의 고유한 특성을 찾는 교육, 개인의 행복과 공동체의 이익을 조화시킬 수 있도록 가르치는 학교가 필요할 겁니다. 미래 교육의 모습이 어떻게 펼쳐질 것이라고 단정할 순 없지만 적어도 지금처럼 공식을 달달 외고, 각종 지식을 머릿속에 쌓아두는 형태의 교육은 아닐 겁니다.
윤석만 기자 sam@joong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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