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2356339
  • Today : 410
  • Yesterday : 991


10월

2009.10.12 21:49

물님 조회 수:3150

10월

 

무언가 잃어 간다는 것은

하나씩 성숙해 간다는 것이다.

지금은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때,

돌아보면 문득

나 홀로 남아 있다.

그리움에 목마르던 봄날 저녁

분분히 지던 꽃잎은 얼마나 슬펐던가.

욕정으로 타오르던 여름 한낮

화상 입은 잎새들은 또 얼마나 아팠던가

그러나 지금은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때,

이 지상에는

외로운 목숨 하나 걸려 있을 뿐이다.

낙과(落果)여,

네 마지막의 투신을 슬퍼하지 말라.

마지막의 이별이란 이미 이별이 아닌 것

빛과 향이 어울린 또 한번의 만남인 것을,

우리는

하나의 아름다운 이별을 갖기 위해서

오늘도

잃어 가는 연습을 해야 한다.                  

 

- 시인 오세영 -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93 그대 옆에 있다 - 까비르 [2] 구인회 2012.02.15 2667
292 당신의 모습 [1] 물님 2009.09.01 2670
291 어떤 타이름 하늘꽃 2008.07.01 2671
290 별속의 별이 되리라 -잘라루딘 루미 구인회 2012.06.30 2672
289 비 내리면(부제:향나무의 꿈) / 이중묵 [4] file 이중묵 2009.01.21 2674
288 선생님 [5] 하늘꽃 2008.11.22 2675
287 민들레 [2] 운영자 2008.11.19 2678
286 [2] 요새 2010.09.09 2678
285 당신은 file 물님 2009.06.01 2683
284 고향집 오늘밤 / 이중묵 이중묵 2009.04.06 26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