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2339647
  • Today : 873
  • Yesterday : 1280


멀리 가는 물

2011.05.24 00:55

물님 조회 수:1509

 

 

 

멀리 가는 물

 

                    도종환

어떤 강물이든 처음엔 맑은 마음
가벼운 걸음으로 산골짝을 나선다
사람 사는 세상을 향해 가는 물줄기는
그러나 세상 속을 지나면서
흐린 손으로 옆에 서는 물과도 만나야 한다
이미 더럽혀진 물이나
썩을 대로 썩은 물과도 만나야 한다
이 세상 그런 여러 물과 만나며
그만 거기 멈추어 버리는 물은 얼마나 많은가
제 몸도 버리고 마음도 삭은 채
길을 잃은 물들은 얼마나 많은가
그러나 다시 제 모습으로 돌아오는 물을 보라
흐린 것들까지 흐리지 않게 만들어 데리고 가는
물을 보라 결국 다시 맑아지며
먼 길을 가지 않는가
때 묻은 많은 것들과 함께 섞여 흐르지만
본래의 제 심성을 다 이지러뜨리지 않으며
제 얼굴 제 마음을 잃지 않으며
멀리 가는 물이 있지 않는가.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93 빈 들판 - 이 제하 물님 2012.05.07 1557
292 꿈 길에서 1 요새 2010.03.15 1558
291 가을 저녁의 시 [1] 물님 2010.11.18 1558
290 풀 -김수영 물님 2012.09.19 1558
289 숯덩이가 저 혼자 [2] 요새 2010.02.04 1560
288 「짐승이 되어가는 심정」 물님 2012.08.13 1560
287 나는 배웠다 / 샤를르 드 푸코 [1] file 구인회 2010.07.27 1563
286 호수 -문병란 물님 2012.05.23 1563
285 님의 침묵 [1] 물님 2009.05.29 1564
284 나는 눈물을 갖기를 원합니다. [2] 요새 2010.06.19 15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