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2361098
  • Today : 872
  • Yesterday : 1092


김세형,'등신'

2012.03.12 12:09

물님 조회 수:2860




사람의 등이 절벽일 때가 있다
그 절벽 앞에 절망하여 면벽하고 있을 때가 있다
아주 오래토록 절벽 앞에 면벽하고 있어 본 사람은 안다
그 절벽이 얼마나 눈부신 슬픔의 폭포수로 쏟아지는
짐승의 등인가를...... 그리고 마침내는 왜?
그 막막한 절벽을 사랑할 수밖에는 없는 가를......
자신에게 등을 돌리고 앉아 있는 이의 등 뒤에 앉아
오래토록 말이 없이 면벽해 본 사람은 안다
난 늘 그렇게 절벽 앞에서 묵언정진 해왔다
내게 등 돌린 사람만을 그렇게 사랑하곤 했다
난 내게 등 돌린 이의 등만을 사랑한 등신이었다
사랑에 있어서 난 신神의 경지에 오른 등신이었다

- 김세형,'등신' -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73 어떤바람 [3] 하늘꽃 2008.06.19 3128
272 김수영, 「어느날 고궁을 나오면서」 [1] 물님 2011.10.18 3127
271 雨期 [1] 물님 2011.07.29 3127
270 포도가 저 혼자 하늘꽃 2007.09.15 3117
269 길 잃고 [1] 물님 2011.01.12 3107
268 풀꽃 - 나태주 [2] file 고결 2012.03.06 3101
267 비상 - 김재진 [3] 만나 2011.03.06 3100
266 희망 [8] 하늘꽃 2008.08.19 3095
265 함성호, 「너무 아름다운 병」 물님 2011.11.22 3085
264 편지 [5] 하늘꽃 2008.08.13 30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