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2344794
  • Today : 393
  • Yesterday : 1527


김세형,'등신'

2012.03.12 12:09

물님 조회 수:1921




사람의 등이 절벽일 때가 있다
그 절벽 앞에 절망하여 면벽하고 있을 때가 있다
아주 오래토록 절벽 앞에 면벽하고 있어 본 사람은 안다
그 절벽이 얼마나 눈부신 슬픔의 폭포수로 쏟아지는
짐승의 등인가를...... 그리고 마침내는 왜?
그 막막한 절벽을 사랑할 수밖에는 없는 가를......
자신에게 등을 돌리고 앉아 있는 이의 등 뒤에 앉아
오래토록 말이 없이 면벽해 본 사람은 안다
난 늘 그렇게 절벽 앞에서 묵언정진 해왔다
내게 등 돌린 사람만을 그렇게 사랑하곤 했다
난 내게 등 돌린 이의 등만을 사랑한 등신이었다
사랑에 있어서 난 신神의 경지에 오른 등신이었다

- 김세형,'등신' -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53 거울 물님 2012.07.24 1911
152 서정주, 「푸르른 날」 물님 2012.09.04 1910
151 원시 -오세영 물님 2012.07.01 1908
150 순암 안정복의 시 물님 2015.02.17 1904
149 확신 [2] 이상호 2008.08.03 1903
148 뉴욕에서 달아나다 물님 2012.06.04 1900
147 사철가 [1] 물님 2009.03.16 1898
146 아직도 사랑한다는 말에 [1] 요새 2010.03.19 1897
145 자녀교육을 위한 시 - 칼릴 지브란 물님 2018.06.05 1896
144 찬양 [6] 하늘꽃 2008.09.25 18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