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 -함석헌
2012.10.06 08:41
산
나는 그대를 나무랐소이다
물어도 대답도 않는다 나무랐소이다
그대겐 묵묵히 서 있음이 도리어 대답인 걸
나는 모르고 나무랐소이다.
나는 그대를 비웃었소이다
끄들어도 꼼짝도 못한다 비웃었소이다
그대겐 죽은 듯이 앉았음이 도리어 표정인 걸
나는 모르고 비웃었소이다.
나는 그대를 의심했소이다
무릎에 올라가도 안아도 안 준다 의심했소이다
그대겐 내버려둠이 도리어 감춰줌인 걸
나는 모르고 의심했소이다.
크신 그대
높으신 그대
무거운 그대
은근한 그대
나를 그대처럼 만드소서!
그대와 마주앉게 하소서!
그대 속에 눕게 하소서
- 함석헌 -
댓글 0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223 | 가장 좋은 선물은 ? | 물님 | 2010.12.23 | 2855 |
222 | 예수에게.1 / 물 [1] | 하늘꽃 | 2007.09.01 | 2857 |
221 | 보고 싶다는 말은 | 물님 | 2012.06.04 | 2857 |
220 | 그대는 웃으려나 /함석헌 | 구인회 | 2012.10.27 | 2857 |
219 | 눈동자를 바라보며 [1] | 운영자 | 2008.12.28 | 2858 |
218 | 봄밤 - 권혁웅 | 물님 | 2012.09.20 | 2858 |
217 | 구름 한 점 | 구인회 | 2010.02.02 | 2859 |
216 | 행복해진다는 것 [1] | 운영자 | 2008.12.04 | 2866 |
215 | 물님! 나는 천개의 바람 (들어 보세요) [1] | 하늘꽃 | 2010.03.06 | 2866 |
214 | 흰 구름 [1] | 요새 | 2010.07.06 | 286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