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2349745
  • Today : 550
  • Yesterday : 932




비 내리면 / 이중묵
- 향나무의 꿈 -



인정머리 없는
허름한 도시의 아스팔트 위로, 시원히
비 내리면

우산을 찾아 비를 맞으며
우산 속에 부서진 빗물이 들어오고 구두 안에 물이 새어 들어 올 때까지 슬라브집 처마 아래 어쩔 수 없이 만든 어설픈 화단 안에 덩그러니 서 있는 향나무를 보아야 한다.

아무리 보아도
외로운 향나무에게는 빗물의 부스러기조차 날리지 않고, 그가 목을 늘여 빗물을 보아도 헛짓이 되고, 뿌리에 닿아 있는 건 마른기침만 해대는 흙 부스러기 뿐이다.

그런데 비 내리면
나는 아스팔트를 떼어내고 새 화단을 만들어 향나무를 옮길 꿈만 꾸고
향나무는 활짝 웃는 꿈만 꾼다.
꿈은 촛불로 타오른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93 행복해진다는 것 [1] 운영자 2008.12.04 2396
292 벼 - 이 성부 [1] 물님 2011.10.03 2396
291 뉴욕에서 달아나다 물님 2012.06.04 2397
290 설 밑 무주시장 / 이중묵 이중묵 2009.03.03 2398
289 정지용,「별똥이 떨어진 곳」 물님 2012.07.01 2399
288 호수 -문병란 물님 2012.05.23 2400
287 순암 안정복의 시 물님 2015.02.17 2404
286 파랑새를 찾아서...(한글판요^^) [1] file 이규진 2009.06.26 2404
285 진정한 여행 물님 2017.02.24 2404
284 사로잡힌 영혼 [1] 물님 2018.09.05 2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