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2333221
  • Today : 931
  • Yesterday : 1145


조문(弔問)

2016.11.24 10:13

물님 조회 수:1210

조문(弔問)
                     김수호

아침 안개는
부끄러움이 피워내는 환각이다.
나는 끈적한 안개 한 모금을 삼키고
부끄러움에 취해 손을 뻗었다.

손 뻗은 자리엔 죽은 노목(老木)이 있다.
추한 저 껍데기도 누군가의 버팀목이었다.
해는 오늘도 뜨고 또 다시 지겠지만
죽어버린 아버지는 돌아올 수 없을 것이다.
말라비틀어진 마음에 위로는 아무 소용이 없다.

들이쉬었던 상념을 뱉는다.
해는 모르는 새 머리 위까지 왔다.
눈물고인 눈으로 나는
단풍과 둘이서 붉게 노목(老木)을 조문(弔問)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53 새해에는 단 하나만을 - 박노해 물님 2022.01.08 1246
52 바람이 바뀌었다 -박노해 물님 2021.08.11 1243
51 11월 - 배귀선 물님 2016.11.24 1219
50 가난한 새의 기도 물님 2016.07.18 1218
49 My heart leaps up when I behold 따발총 2016.12.25 1215
48 가을 몸 물님 2017.11.02 1211
47 소동파의 시 물님 2021.12.18 1210
» 조문(弔問) 물님 2016.11.24 1210
45 뱃속이 환한 사람 물님 2019.01.23 1205
44 참 닮았다고 물님 2016.09.04 1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