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2361905
  • Today : 479
  • Yesterday : 1200


사십대, 바라볼 시간이 많지 않다

2008.06.10 07:00

운영자 조회 수:2891

사십대, 바라볼 시간이 많지 않다.
                
                 고 정 희 시인
              

사십대 문턱에 들어서면
바라볼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것을 안다
기다린 인연이 많지 않다는 것도 안다
아니, 와 있는 인연들을 조심스레 접어 두고
보속의 거울을 닦아야 한다


씨뿌리는 이십대도 가꾸는 삼십대도
아주 빠르게 흘러
거두는 사십대 이랑에 들어서면
가야 할 길이 멀지 않다는 것을 안다
선택할 끈이 길지 않다는 것도 안다

방황하던 시절이나 지루하던 고비도
눈물겹게 그러안고 인생의 지도를 마감해야 한다


쭉정이든 알곡이든
제 몸에서 스스로 추수하는 사십대,
사십대 들녘에 들어서면
땅바닥에 침을 퉤, 뱉아도 그것이
외로움이라는 것을 안다
다시는 매달리지 않는 날이 와도
그것이 슬픔이라는 것을 안다


        @1991년 6월 9일 지리산에서
            세상을 떠난 시인의 유작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53 어떤바람 [2] 제로포인트 2016.04.04 3076
152 이별1 도도 2011.08.20 3077
151 원시 -오세영 물님 2012.07.01 3077
150 "되어보기" 를 가르쳐 주는 시(3차 심화과정 중) [4] 포도주 2008.08.11 3080
149 초혼 [1] 요새 2010.07.28 3081
148 멀리 가는 물 [1] 물님 2011.05.24 3081
147 당신에게 말 걸기 [1] 물님 2011.09.26 3081
146 인생을 말하라면 물님 2011.12.05 3081
145 밥이 하늘입니다 물님 2010.11.29 3083
144 [1] 샤론(자하) 2012.03.12 30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