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2363116
  • Today : 333
  • Yesterday : 1357


멀리 가는 물

2011.05.24 00:55

물님 조회 수:3117

 

 

 

멀리 가는 물

 

                    도종환

어떤 강물이든 처음엔 맑은 마음
가벼운 걸음으로 산골짝을 나선다
사람 사는 세상을 향해 가는 물줄기는
그러나 세상 속을 지나면서
흐린 손으로 옆에 서는 물과도 만나야 한다
이미 더럽혀진 물이나
썩을 대로 썩은 물과도 만나야 한다
이 세상 그런 여러 물과 만나며
그만 거기 멈추어 버리는 물은 얼마나 많은가
제 몸도 버리고 마음도 삭은 채
길을 잃은 물들은 얼마나 많은가
그러나 다시 제 모습으로 돌아오는 물을 보라
흐린 것들까지 흐리지 않게 만들어 데리고 가는
물을 보라 결국 다시 맑아지며
먼 길을 가지 않는가
때 묻은 많은 것들과 함께 섞여 흐르지만
본래의 제 심성을 다 이지러뜨리지 않으며
제 얼굴 제 마음을 잃지 않으며
멀리 가는 물이 있지 않는가.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73 그리움 [2] file 샤말리 2009.01.12 2917
172 사랑하는 까닭 [3] 물님 2009.09.27 2916
171 신록 물님 2012.05.07 2913
170 낙화 - 이 형기 물님 2012.10.23 2911
169 진은영, 「훔쳐가는 노래」 물님 2012.10.09 2911
168 그대는 웃으려나 /함석헌 구인회 2012.10.27 2910
167 꽃 -김춘수 물님 2012.07.24 2910
166 이홍섭, 「한계령」 물님 2012.06.21 2910
165 사십대, 바라볼 시간이 많지 않다 운영자 2008.06.10 2910
164 둥우리여 - 백글로리아 [2] 구인회 2012.09.26 29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