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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눈의 안경

2009.08.06 06:38

물님 조회 수:7057

제 눈의 안경

 

제눈의 안경이라는 말이 있다. 개가 개의 눈으로 보고 고양이가 고양이의 눈으로 보는 것처럼 인간도 저마다의 눈으로 보고 있다는 말이다. 이에 대하여 예수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 네 눈이 하나이면 온 몸이 빛으로 가득할 것이요. 그러나 네게 있는 그 빛이 어둠이면 그 어둠이 얼마나 크겠느뇨?” ( 마태 6:22-23. 루가 11:34-36)


본문에서 ‘하나, single’ 는 펼쳐 놓은 옷감처럼 ‘접힌 곳이 없다’는 의미이다. 눈은 시각기관이면서 감정을 표현하고 삶의 모든 과정을 기록하는 인간의 블랙박스이다. 인간은 자신의 의식 수준만큼 보면서 살아간다. 수퍼마켓에서 아이들은 과자를 관심있게 보고 술꾼들은 주류코너를 열심히 보는 것과 같다. 두 개의 사물을 동시에 바라보는 사팔눈처럼 무엇을 보는지 알 수 없는 사람이 있다. 그처럼 한눈으로는 세상을 향하여 욕심껏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며 바라보면서 다른 한눈으로는 하늘을 교만하게 올려다보는 눈은 어둠의 눈이다. 이런 사람들은 그때그때 마다 이미 입력된 생각과 느낌대로 보기 때문에 수많은 눈을 가진 사람처럼 반응한다. 그들은 하나하나의 생각이 나이고 느낌이 나이고 행동이 나이다. 즉 수많은 가짜 ‘나’들을 ‘나’로 알고 살아가는 사람이다. 그들은 자신의 생각과 느낌과 행동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눈이 없기 때문에 자신의 어둠을 빛으로 착각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길이 없다.


사람들은 자신의 생각만이 옳다고 믿고 주장한다. 이 때문에 소통의 어려움과 투쟁이 발생하게 된다. 그것은 자신이 빛을 가진 것처럼 상상하고 자신이 선한 존재인양 착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에고의 영역에서 자신 안으로 어둠을 끌어당기는 힘과 사실을 왜곡하는 의식의 필터가 이 때문에 자연스럽게 작동하게 된다. 에니어그램의 기초단계에서 성격 유형을 공부하는 것은 자신이 어떤 방식으로 어둠을 빛으로 착각하며 살아가고 있는지에 대한 이해와 통찰을 배우는 과정이었다.

어둠을 빛으로 아는 눈을 가지고 있는 한 그는 어둠을 강력하게 흡인하는 삶을 살아갈 수 밖에 없다. 그에게는 어둠이 빛이기 때문이다. 진정한 선은 존재할 수도 없다. 모든 인간이 죄인이라는 말은 이러한 상황 아래 지구의 현실이 놓여있기 때문이다. 인간의 성격 역시 어둠이다. 또는 사슬이요 감옥이기도 하다. 성격이란 무의식적으로 어둠을 받아들이는 각자의 코드이다. 인간이 성격의 굴레에 갇혀 있는 한 인간은 어둠에 쌓여 있기 때문에 빛을 받지 못하는 식물처럼 창조적이고 생명력 있는 삶을 살아갈 수 없게 된다. 여기에 인간의 고통과 인간 존재의 비애가 있다. 그러나 인간은 빛의 존재요 천국의 아들들이다. ( 마태 13:38) 어둠을 끌어당기며 어둠을 먹고 마시는 존재가 아니라 빛을 먹고 마셔야 할 존재이다. 이에 대한 자각과 존재의 전환이 회개요 거듭남이다. 그것은 몸 나를 나로 아는 차원에서 얼 나를 나로 아는 차원으로의 이행이다.


  핵심은 여기에 있다. 고치 짓고 나비 되지 않는 한 애벌레가 하늘을 날 수 없듯이 인간도 거듭나지 않으면 지금 여기에 와 있는 하늘나라에 들어 설 수 없다. 애벌레 속에 나비가 들어 있듯이 인간은 처음부터 신의 형상을 가진 존재요 그리스도의 하늘을 상속해야 할 존재들이다. 지구라는 공간과 시간의 굴레 속에 있다 하더라도 영생의 삶을 누려야 할 빛의 자녀들이다. 창조주를 아버지라고 부르는 지극히 존귀한 존재들이다. 그럼에도 인간은 아버지의 집을 나가서 돼지의 사료를 먹고 살던 탕자처럼 살고 있다. 그가 자기 자신에게로 돌아가고 아버지에게 돌아감으로써 자신을 회복하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었던 것처럼 우리 인간 모두에게는 그러한 근본경험이 필요하다.

사도 바울은 에페소에 보낸 편지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 그러므로 사랑을 입은 자녀 같이 너희는 하나님을 따르는 자가 되고, 그리스도께서 너희를 사랑하신 것처럼 사랑 가운데서 행하라. 누구든지 헛된 말로 너희를 속이지 못하게 하라. 이를 인하여 하나님의 진노가 불순종의 자식들에게 임하리니, 그러므로 저희와 함께 참예하는 자가 되지 마라. 너희가 전에는 어둠이었으나 이제는 주 안에서 빛이라, 빛의 자녀처럼 행하라.” ( 엡 5: 1, 2, 6 )


 지옥은 어둠을 빛으로 착각하는 내 안에 있고, 내 안에 억압된 고통이다. 사람들은 지옥의 고통을 끝없이 고집스럽게 확대 재생산하며 살아간다. 지옥을 일으키기 위해.  그러나 어둠을 빛으로 착각하고 있는 자기 자신으로부터 깨어날 때 미래에 대한 두려움과 인간관계에서 오는 질투와 시기심, 많이 갖고자 하는 탐욕의 고통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이 자유를 찾게 될 때 여기 와있는 '천국'을 누릴 수 있게 된다. 나를 스스로 억압하고 고통 주는 삶으로부터 벗어나게 된다. 우리가 그리스도의 마음, 빛의 눈을 가지고 있다면 지옥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